인어로 환생했는데, 흑막 대공을 각인시켜 버렸다 3권
인어로 환생했는데, 흑막 대공을 각인시켜 버렸다 3권
인어로 환생했는데, 흑막 대공을 각인시켜 버렸다
3
평원
인어로 환생했는데, 흑막 대공을 각인시켜 버렸다 3권
차례
9장. 납치된 인어
10장. 어쩔 수 없지, 저놈이 네 반려란다
11장. 검은 비
12장. 이별과 만남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인어로 환생했는데, 흑막 대공을 각인시켜 버렸다 3권
9장. 납치된 인어
타닥타닥.
모닥불 근처로는 생선이 종류별로 가지에 꽂혀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있었다.
지방이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와 함께, 짭조름하고 노릇노릇한 생선구이의 향이 주변으로 퍼졌다.
물론 근처에는 수북한 장작도 있었다. 다들 베테랑이라 이건가, 어디에 떨어뜨려 놔도 잘 살아남을 것 같았다.
“뭐 좀 있었어?”
“에피 님 오셨네요!”
신입네 조는 과일을 잔뜩 채집했다고 했다. 불에 구워 먹어야 할 것 같은 초록색 바나나와 잘 익은 바나나, 코코넛, 파파야 등. 챙겨 간 바구니엔 과일이 수북했다.
위드는 다른 대원들과 함께 열심히 천막을 설치하고 있었다.
“이 천막은 특별히 해변 모래를 파서 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대공님과 함께 쓰시죠.”
“정말? 우와! 고마워.”
천막을 걷어 내자 바닥 쪽에 파놓은 모래 안에 타일처럼 꼼꼼하게 엮어 붙여 둔 잎사귀가 보였다. 저 정도로 촘촘하다니. 위드의 손놀림은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수상한 자는 없었나?”
“아직 특별한 흔적은 찾지 못했습니다. 계속 이어서 탐색해 봐야 할 듯합니다.”
“그래, 수고하도록.”
분홍 포니테일 대원도 보고 후 다시 주변 경계를 위해 순찰하러 이동했다.
“자, 에피, 먹어 봐.”
확인을 마친 후, 잎사귀가 깔린 모래사장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대공이 바나나를 하나 까서 내게 내밀었다.
“난 괜찮아. 어차피 식량도 부족하잖아?”
인어인 점이 이럴 때 유용하지. 언제 써먹겠어.
어차피 안 먹어도 문제없으니까, 섬에 언제까지 있을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 괜히 부족한 식량을 축내고 싶진 않았다.
“안 부족하니까 걱정 말고 먹어. 여차하면 멧돼지라도 잡아 오면 되니까.”
“이 섬에 그런 무시무시한 게 있다고……?”
“아까 지나가던 길에 흔적이 보이더군.”
음,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곁에 딱 붙어 있어야지. 혼자서 맞닥뜨리는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자.”
“그럼 사양 않고…….”
샛노란 바나나를 그에게 건네받아 한입 물었다. 부드럽고 달콤한 식감이 입안에 퍼졌다.
대공이 잘 익은 생선구이도 내밀어 줬지만, 이건 여태껏 바다에서 싸우느라 고생했던 대원들에게 양보했다.
“와… 죽겠어요.”
“사람은 그렇게 쉽게 안 죽어.”
“그렇게 허약해서 어디다 쓸래?”
대원들이 해변에서 모닥불을 쬐며 휴식을 취했다. 오늘 하루만 해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다 같이 어젯밤부터 이어진 밀라이아의 습격에 의해 바다에 빠져 꼴딱 밤을 새우며 전투를 하고, 다음날 도착한 이 섬에선 정박하자마자 쉴 새도 없이 탐사를 다녔으니,녹초가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저기도 참 괴물이야.”
“그러게나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원들이 있는 해변 주변을 경계하며 순찰 중인 사람도 있었다. 바로 부단장과 분홍 포니테일 대원.
“체력 참 대단하다니까.”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상어에 물린 손을 붕대로 칭칭 감은 대원이 혀를 내둘렀다.
검은 안개에 당해 한쪽 팔이 말라붙은 대원도 긍정하며 정화용 꼬리 장식품을 꼬옥 손에 쥐곤 잘 구워진 생선을 뜯었다.
구경을 마친 난 대공에게 기대어 축 늘어졌다.
“난 좀 자야겠어…….”
“안심하고 쉬도록 해. 주변은 우리가 살필 테니.”
대공이 나를 그대로 들어 올리곤, 간이 욕조 속에 넣어 주었다.
“잘 자, 에피.”
대공이 천막을 걷어 내곤 떠났다. 그래도 천은 어찌어찌 유실되지 않고 남아 있었나 보다. 이렇게 텐트 여러 개를 지을 수 있을 정도니.
준비된 텐트의 내부는 크진 않았지만, 두세 명 잠들 공간은 충분해 보였다.
“졸리다….”
정말 힘든 하루였다. 아늑한 텐트 안에서 스르륵 눈을 감았다.
* * *
“선박 수리까지는 얼마나 걸리지?”
“다행히 수리 도구는 전부 선박에 남아 있어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면 한 열흘에서 보름이면 가능할 것 같네요.”
“알겠다. 수고하도록.”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침이 되어 오랜만에 부지런하게 깨어난 나는 대공에게 대롱대롱 매달려 꾸벅꾸벅 졸았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략적인 일정이 나왔다. 선박 수리조, 식량 마련조, 섬 탐사조로 나뉘어 각자 할 일을 끝내고 배가 수리되면 떠나는 것.
창고에 보관되었던 꽤 많은 식량이 전투 중에 바다로 떠내려갔기에 식량을 모아 온 후에 다 같이 보존 식량을 만들기로 했다.
손재주가 좋은 대원이 많아 재료만 풍족하다면 건과일은 물론, 훈연한 소시지와 햄, 반건조 생선, 절임 등등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었다. 심지어 매우 희망적인 부분은 섬에 꽤 먹을 것이 풍족해 보인다는 거.
“가자, 에피.”
“응? 어딜?”
“네가 산에 가자며.”
“아, 맞다.”
무인도에 정박했으면 역시 정석 루트를 따라야 하는 법이지. 수통과 촉촉한 담요를 챙겼다.
“안 피곤해?”
“멀쩡하다. 괜찮아.”
새벽에 깨어 보니 곁에 없어서 물었더니, 밤에 돌아가며 다른 대원들과 함께 주변을 경계했다고 했다.
대체 체력이 어떻게 되어 먹은 거야? 신기할 따름이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며 우린 산으로 향했다. 중간중간에 지나가면서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있길래 톡 따서 그의 입속에 넣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 먹어.”
“그래.”
원래 사람이 먹어야 기운을 내지 않겠어?
“와, 너 좀 부럽다.”
“뭐가.”
“…네 다리?”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니까 정상은 금방이었다. 우리는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 섬을 내려다보았다.
“오, 진짜 섬이잖아?”
“당연한 것을 말하는군.”
저 멀리 해변에 정박한 거대한 배가 보이고, 반대로는 울창한 정글 숲이 보였다.
“섬이 여러 개네?”
가장 큰 섬이 이곳, 그리고 저 너머에 조그만 다른 섬도 꽤 보였다.
“넌 뭐 좀 보이는 거 있어?”
“딱히 특별한 점은 모르겠군.”
워낙 식물이 무성해서 그런지, 해변이 아니면 다른 곳은 잘 보이지 않았다. 뭔 나무가 저렇게 키가 큰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저기쯤엔 개울이 있겠다. 물의 기운이 느껴져,”
“그런가? 내일 대원들을 보내 보지.”
“돌아갈까?”
“그래.”
해변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공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에피, 잠깐.”
“엥, 왜?”
“소리가 들려.”
무성한 풀을 헤치고 들어가자 흉포하게 생긴 멧돼지 한 마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군.”
대공이 씩 웃으며 칼을 빼 들었다. 그리곤 땅을 박차며 순식간에 멧돼지를 향해 도약했다.
“쿠이잌!?”
나를 내려놓을 필요도 없었다. 그냥 한 방에 끝내 버렸으니까. 살벌한 속도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깜짝이야.”
“놀라게 했다면 사과하지.”
쿵 하고 덩치 큰 멧돼지가 땅으로 털썩 쓰러졌다. 대공은 돼지에게서 조금 떨어진 바위 위에 제 제복 상의를 벗어 올리고는 나를 내려 주었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대공이 칼로 돼지의 경동맥을 그어 나무에 매달곤 피를 빼냈다. 피가 가장 빨리 부패하기 때문에 이 작업이 이런 더운 날씨에서는 필수라나. 그와 함께 내장도 순식간에 해체되어 땅에 묻혔다.
“그건 그냥 그대로 버리는 거야?”
“그래, 야생동물이기도 하지만 비교적 빠르게 상하는 부위니까. 기생충도 있고, 돌아가야 하는 거리가 꽤 되니 버리는 것이 나아.”
“그렇구나.”
대공의 손길에 의해 깔끔하게 처리된 고기가 완성되었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이 거대한 것을 대체 어떻게 들고 가는 건지 정말 의문이야.”
“그런가.”
“어, 좀 많이.”
해변에 도착하자 경악하는 다른 대원들의 시선이 우릴 반겼다.
“야, 저기 대공님이 멧돼지를 잡아 오셨는데?!”
“멧돼지라니,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부단장이 다가와 흐뭇하게 웃으며 잡아 온 식량을 넘겨받아 위드에게 전달했다.
“섬에 멧돼지도 삽니까?”
살짝 놀란 표정으로 고기를 받아 들며 그가 순식간에 가죽을 분리해 고기를 해체해 버렸다.
“이거 훈연해야겠는데요.”
깔끔히 분리된 고기 부위를 바라보며 위드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저 멀리 떨어진 뒤에서 놀란 듯, 외치는 들렸다.
“어? 대공님도 멧돼지 잡으셨습니까?”
크기는 대공이 잡은 것보다 조금 작지만, 그래도 꽤 거대한 멧돼지를 나무에 꿰어 들고 온 포니테일 대원의 조가눈을 동그랗게 떴다.
쿵 하고 해변에 고기가 안착하자,또 한 번 위드의 손길에 의해 순식간에 해체되었다.
“뭐야. 다들 많이 잡아 오셨네요?”
뒤이어 신입네 조가 서양 토끼처럼 사납고 흉포해 보이는 토끼를 주렁주렁 매달곤 해변에 도착했다.저 토끼는 이빨이 뭐 저렇게 생겼어?
“식량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되겠군.”
“네,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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