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START UP!
바인더북 36권
●목차●
1. 엡솔루트 최상급 중에 정점의 경지
2. 전시동원령
3. 뭐가 이렇게 많아?
4. 일본을 제대로 알자
5. 공포의 지옥유령 Ⅰ
6. 공포의 지옥유령 Ⅱ
7. 칸다 역 무너지다
8. 일본의 선전포고
9. 일본함대의 독도침공
10. 맘대로 하셔도 됩니다
11. 일본군의 종말
12. 대마도 점령
13. 속속 들어오는 패전보
14. 보이지 않는 영웅의 귀환
세상을 바꾸는 START UP!
1. 엡솔루트 최상급 중에 정점의 경지
푸타타타타…….
TV에서 헬기의 로터음이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런 와중에 진즉부터 열변을 토했던지 격앙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이른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아, 아, 아…… 국민여러분!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미쓰비시조선소가, 미쓰비시조선소가…… 크흐흑. 초, 초토화되고 말았습니다. 크으으으흑.
첫말을 떼지 못하던 아나운서는 너무도 비통했던지 마지막에 가서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TV화면에는 허공을 선회하는 헬기에서 촬영한 영상이 중계되면서 폭격으로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찢겨버린 미쓰비시 조선소가 적나라하게 비춰지고 있었다.
“마, 맙소사!”
“언니! 폭발이야? 뭐야? 미국이 나가사키에 또 원자폭탄을 투하하기라도 한 거야?”
-아, 아. 너무도 비참하고 참혹합니다. 아마테라스 신이 본 아나운서의 몸을 갉아대고 있는 기분입니다. 아마테라스 신의 저주라니요? 정말로 아마테라스 신이 저주를 내린 걸까요? 아, 아. 이게 또 웬일입니까? 총리공관도 폭싹 내려앉았다는 소식입니다. 총리공관에 나가 있는 다케무라 아나운서, 보여주시죠.
화면이 바뀌고 첫 화면부터 폭삭 주저앉은 총리공관이 나타났다.
이어서 추위에 트랜치코트 깃을 바짝 세운 아나운서가 나와서는 흥분된 목소리를 토해냈다.
-여기는 총리공관입니다. 아니 이제는 총리공관이 있던 자리였다는 말이 맞겠습니다. 보시다시피 형체가 사라져 폭삭 주저앉은 모습입니다. 그야말로 처참합니다. 이게 누구의 소행인지 아십니까? 바로 지옥유령의 짓입니다. 본 아나운서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 증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기자가 흥분으로 인해서인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뒤에 보이는 방송중계차량으로 향하더니 캠코더를 들어보였다.
-이 캠코더는 어느 시민 한 분이 이번 총리공관에서 벌어진 사태를 찍은 것을 본 아나운서가 긴급히 확보한 것입니다. 지급부터 본사 스튜디오와 연동해서 시청자 여러분께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접속을 하는 동안 잠시 처참히 파괴된 총리공관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화면이 바뀌고 폭삭 내려앉다 못해 아예 평지로 변해버리다시피 한 총리공관 터가 잡혔다.
“옴마나! 옴마나!”
“어머! 어머머!”
모모와 난희가 펄쩍펄쩍 뛰며 소파 위에서 난리를 쳐댔다.
“어쩜…… 밤 사이 저럴 수가 있어?”
“우리 그저께도 저길 지나왔잖아?”
“그렇긴 한데…… 낡긴 많이 낡았더라.”
“아! 맞다. 새 관저를 짓고 있으니 어차피 허물어 버릴 거라고 했어.”
‘엉? 허물거였다고?’
이건 담용도 조사하지 못했던 터라 뜻밖의 소식이었다.
-주인님, 짓고 있는 새 관저도 없애버릴까요?
-그럴 필요없어.
일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를 없애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 두서없이 파괴하는 건 사양이다.
‘내가 무슨 데스트로이어냐?’
그때. 담용의 몸에 뭔가 꽉 차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님. 저 왔어요.
-오! 나디.
-네. 히히힛.
‘이런, 귀여운 놈.’
나디가 왔으니 더 이상 앉아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 담용이 일어섰다.
스윽.
“어? 주무시게요?”
담용이 일어서자, 모모가 물었다.
“아, 잠을 푹 잔 것 같은데…… 아직 덜 풀렸나봐요.”
“퇴원한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피곤해보이긴 해요.”
새벽 5시까지 잠을 한 숨도 못잔 담용이었으니 그렇게 보이는 건 당연했다.
“이수 씨 집이다 생각하고 편히 주무세요.”
“고마워요. 그리고 제가 나올 때까지 깨우지 않았으면 해요.”
“호호홋. 난희야, 들었지?”
“내, 내가 뭘?”
새초롬해진 눈으로 모모를 째렸다.
“조용히 주무신단다. 행여 들어갈 생각은 하지 마라.”
“악! 내가? 미, 미쳤어?”
“아하하핫. 아니면 말지. 왜 그리 경기를 해대냐?”
“흥! 나 그리 막된 여자 아니거든!”
발딱 일어선 난희가 담용에게 물었다.
“이수 오빠, 식사 때 깨워요?”
“일어나면 그때 먹죠.”
지금부터 할 일이 많았기에 방해받지 않았으면 했다.
“알았어요. 일단…….”
난희가 식탁에 놓인 물병을 쟁반에 받치고는 모모의 방으로 향했다.
“주무시다가 목마르면 마셔요.”
“오올. 난희, 제법인데?”
모모가 담용에게 눈을 찡긋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좋은 꿈꾸세요.”
가벼운 미소로 답한 담용이 방을 나오는 난희와 교차하며 모모의 침실로 들어갔다.
“이수 오빠, 푹 자요.”
“댕큐!”
* * *
‘왜 이리 간질거림이 계속되는 거지?’
사실 진즉부터 미세하게 몸이 간지러웠다.
딱히 꼬집어서 어디 부위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 특정한 곳을 찾기 어려워서였다.
며칠 됐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또 더 심해지지도 그렇다고 줄지도 않았다.
‘프라나한테 물어봐야겠어.’
챠크라 큐브의 영향이라면 프라나가 알지도 몰랐다.
-프라나, 가드코트.
-넵. 주인님.
가드코트는 기의 막으로 금세 완벽히 차단되어 실내가 꽉 조여지는 기분이었다.
-주인님, 밖에서는 이 안의 말을 아무도 들을 수 없을 겁니다.
-그래. 내가 해제하라고 하기 전에는 유지해라.
-넵! 주인님.
-나디. 수고했다.
-이히히힛. 주인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나디의 귀염뽀짝 웃는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그래. 어디어디 다녀왔냐?
주르르르.
말이 떨어지기도 무섭게 카탈로그와 팜플렛 그리고 리플렛이 눈앞에 쫘악 깔렸다.
“오호!”
담용이 하나씩 살펴보니 오쿠라 수장고, 도쿄국립박물관, 국립서양미술관,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호류지보물관(수장고), 효케이관전시특별전, 교토박물관(동양불화특별전전시회) 등 굵직한 박물관들의 홍보물이었다.
-이걸 다가져왔다고?
-울렁.
“헐!”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박물관들을 순회하며 죄다 털어온 것 같았다.
더하여 웬만한 창고의 규모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은 양으로 짐작됐다.
게다가 파손이나 흠집이 나서는 곤란한 문화재였기에 마구잡이로 다룰 수도 없는 보물들이었다.
‘이거 괜히 욕심냈나?’
담용은 휴대폰을 꺼냈다.
구동진 요원이 준 비화폰이었다.
신호가 가고 최형만 차장이 받았다.
-어, 이상없지?
“저야 뭐…… 창고는 준비됐어요?”
-양이 얼마나 돼?
“어마어마해요. 싹 긁었거든요.”
-헐. 또 뒤집어지겠구만. 그 정도 양이면 준비해놓은 게 모자랄 것 같은데…… 일단 보내봐. 주소는 문자로 보내마. 근데 거기 눈들을 시뻘겋게 뜨고 있을 텐데 어떻게 보내려고 그래?
“방법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내일…… 아, 주소 보냈어요?
-방금 보냈다.
빠르다. 아마도 수행하고 있는 조재춘 과장이 도운 덕일 것이다.
나이가 든 탓에 빠르게 변하는 문명의 이기에 둔감한 최형만 차장이었으니까.
“잠시만요.”
담용이 메시지 창을 살피니 위치가 ‘안성시 남사면’ 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 ‘금일 새벽 5시’ 부터 계엄령이 선포됐다는 글과 일본제3호위함대가 독도로 출발하고 3시간이 경과했을 때 일본에 선전포고를 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흠. 이제 이틀 남았나?’
마이즈루에 있는 일본 제3호위함대가 독도침공을 위한 출항하기까지의 남은 시간이었다.
‘예정이라고 했으니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는 거로군.’
아무튼 아직은 시간여유가 있으니 문화재를 처리하는 것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나디, 힘들겠지만 조금만 참아. 곧 다 비워줄 테니까.
-우울렁.
간단한 의념 정도는 전달할 수 있음에도 남성적 성격답게 쿨하게 의사표시를 하는 나디였다.
-짜식. 프라나, 남사면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계산해봐?
-잠시만요.
축적해놓은 데이터베이스를 살피고 계산까지 하는지 약간 시간이 걸렸다.
-주인님, 목적지까지는 1,100km이고요. 나디가 도착하는 시간은 대략 30분으로 추정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