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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장


이집트는 굉장이 이색적인 곳이었다.
“마물을 부리는 법을 체계적으로 배운다고?”
구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런 건가?’
구태여 구잘이 전서구를 날린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갔다.
확실히 이집트에서 있었다면 마도구보단 마물을 더 신뢰할 수 있었겠지.
실제로 골목에 있는 아이들 주위로는 작은 마물들도 모여 있었고 굉장히 가까워 보였다.
굉장히 이색적인 광경이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호기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마기로 인해 변질된 동물이 마물이 되어도 인간과 어울린다?
나는 잠시 천막 아래서 구태여 밥을 챙겨 주겠다는 골목대장을 기다리며 골똘히 생각이 젖었다.
나는 턱밑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확실히 다르긴 하다.’
한국의 더위와는 느낌이 달랐다.
일단 습하지가 않고 굉장히 건조했기 때문에 들이치는 바람이 말 그대로 뜨거웠다.
어쩐지 옛날 사람들이 괜히 미라를 만든 게 아닐 거 같달까?
“알겠다. 왜 그런지.”
탐욕은 그런 나를 지켜보다가 말했다.
“아직도 그 생각 중이었나? 세상에 네가 모든 것을 이해할 거라 생각하는 것조차 오만이거늘.”
그러나 나는 진심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오만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더워서 그래, 대지가 척박하니까 적이 하나로 몰리는 거지.”
그러니까 내 말은 이집트의 가혹한 환경이 마물과 인간에게 공통된 적이 되었단 거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여겼다.
실제로 탐욕의 주위로는 그의 정순한 마기로 인하여 수많은 마물들이 모여 있었다.
‘저건 좀 부러운데?’
웬 앵무새 같은 것이 이빨은 또 날카롭게 짝이 없었는데, 저놈은 확실하게 탐욕에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넌 뭐야?’
게다가 구잘은 낙타긴 낙타인데 이상할 정도고 근육질인 마물의 턱을 연신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지오가 좋아하겠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나마 저 마물이 머슬맨의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랐다.
어쨌든 나는 어떠냐 하면…….
“본래 사람의 마음이 악하면 마물이 오지 않는다고…….”
“조용히해! 저분이 암운단장님이시다.”
“그래도, 헙!”
결국 계속 궁시렁대는 아이가 한 노파에게 입을 막힌 채로 끌려갔다.
‘마물이 사람의 마음이 착해야 온다고?’
아니 그럴 거면 왜 마가 붙겠어.
“…….”
일순간 내 별호가 몽마란 것을 깨달았다.
“됐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야.”
어쨌든 내 주위로는 마물이 다가오질 않았다.
정확히는 다가올 수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와 눈을 마주치면 아예 두려움에 떨어 오줌을 지릴 정도였으니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골목대장이 음식을 잔뜩 들고 왔다.
그런데 어쩐지 음식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이 눈치가 보였다.
‘흠…… 아닌가.’
나는 이곳에 온 이후로부터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눈앞의 대장을 판단하기 위함이었다.
“이름이…… 사울이라고 했지?”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단장님. 우선 식사하시지요!”
골목의 있는 이들이 사울의 반응을 이해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들은 내가 사울을 거즌 죽이려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눈치는 있네.’
그러나 사울이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내가 그를 살려 준 것도 알고 있으며 하다못해 끈질기던 마기도 제거해 줬음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왜 이러고 사는 거야?”
대뜸 좋은 분위기에 밥을 먹던 내 분위기에 사울의 표정이 굳었다.
“뭘 위해서 납치를 하고 강도는 하는 거야? 무슨 영업하냐? 적당히 돈 받아먹고 보내 주고? 다른 손님을 받고 또 표적이 되긴 싫어서?”
나는 잘 먹다가 갑자기 기분이 상해서 숟가락을 내려 뒀다.
“잘못 되었단 건 아니야. 뭐든 먹고 살길은 있어야지. 뭐 이해는 한다. 실제로 내 주위에 못난 놈들만 모여 있어.”
못난 놈이란 말에 구잘이 머쓱한 듯 뒤통수를 긁었다.
그러나 정작 진짜 못난 놈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로 그저 밥을 먹을 뿐이었다.
“그래서 물어보는 거야. 지난날은 잊어 줄 수 있다. 애초에 난 네가 상상하기 힘든 지난 일도 잊었어.”
처음에 사울은 얼떨떨한 표정도 짓다가 괜스레 웃다가 이제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나는 그 표정의 미세한 낌새를 읽자마자 말했다.
“혹시라도 지금 어린놈이 뭘 아느냐. 살아 보지도 않았으면서 뭘 아냐. 네가 내 사연은 아냐? 이런 질문은 하지 마. 애초에 난 남의 사연도 관심도 없어. 그리고 난 물어볼 만해. 애초에 너를 한 번 살려 줬고 마기를 정화해 줬으니까. 너 역시 그저 나를 직접 보고 느낀 대로 나를 대하면 된다.”
지금 내 모습을 바그너 교관이 봤으면 기뻐할 것 같았다.
나는 확실하게 명분을 주입하는 법을 보였으니.
사울이 입을 열었다.
“그런 게 아닙니다. 저도 염치가 있어요. 그냥 모르겠어서 그럽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 난 네가 부끄럽다곤 생각 안 했는데.”
사울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제가요? 저는 단장님처럼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닙니다.”
“너도 대단하지…… 저 아이들에겐.”
내가 잠시 시선을 돌려서 천막 밖으로 골목에서 작은 마물들과 어울리는 아이들을 바라봤다.
“근데 고칠 건 고쳐야지. 저 아이들이 커서 너처럼 되기를 바라나?”
사실 나는 색욕을 처단하러 왔으나 잠시 일이 새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아카데미 학생이 아닌 암운의 단장으로 와 있다.
하여 어차피 세상의 파동을 만들어, 기존에 없던 세상을 만들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는데 고작 색욕에만 신경쓴다?
‘어차피 다 돌고 돌아 한 길이야.’
내가 어떤 길을 걷든 내 마음속에 품은 뜻이 달라지지 않으면 결국엔 같은 종착지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옷을 갈아입은 것이기도 하다.
“좋았어. 일단 사울 넌 잠시 나랑 동행하고 구잘 넌 고생했으니까 잠시 이 골목 좀 관리하고 있어. 다른 애들도 부르지 말고, 다들 바쁠 거 아니야.”
구잘은 솔직히 말해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력이 걱정되는 거야?”
나는 피식 웃으면서 검지로 탐욕을 가리켰다.
“아마 나를 망가트릴 생각은 있어도 죽이진 않을 거야. 그리고 우리의 대장님도 있잖아.”
내가 사울을 추켜세워 주자 사울은 멋쩍은 듯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혹시 그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십니까?”
나는 뭐 숨길 생각도 없었고, 아니 애초에 고민도 없이 즉답했다.
“숭배자 7인의 권좌 중 한 자리의 주인님이시지. 바로 탐욕의 권좌다. 이름은 몰라 그냥 안 물어봤어. 괜히 정들까 봐.”
일순간 사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러면 정드는데.’
사울의 시선이 골목으로 향하는 것을 나는 보았다.
이는 훗날 탐욕의 화가 자신에게 번질까 봐 두려운 반응이겠지.
물론 아직 내 눈에 사울은 확실히 수장이 자질은 부족한 자로 보였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부족하다고 보는 것도 옳지는 않았다.
내가 봐 온 이들 모두 당장 눈앞에 사울과 같은 시간을 보냈을 테니까.
‘지금은 이걸로 충분해.’
그리고 난 이미 자신의 안위보다 자신이 맡은 이들을 안위를 먼저 신경 쓰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 바로 시작하자고.
“색욕의 위치는 어디 있나?”
내가 당당하게 말하자, 구잘이 말했다.
“색욕의 권좌 그러니까…….”
나는 구잘의 말을 끊었다.
“아니, 이름은 안 궁금해.”
“네, 권좌의 주인은 현재…… 이집트 영웅협회에 있다고 합니다.”
나는 그다지 의아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구잘 역시 어떠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멕시코 영웅 협회에서 시리노아가 손을 잡은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이집트라면 어쩐지 이해가 쉬웠다.
‘덥기도 덥지.’
공통된 적이 있으며 마물과 가깝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마의 친숙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속삭임이라고 했지?’
게다가 탐욕이 말한 속삭임, 그가 색욕을 상대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속삭임이었다.
굳이 탐욕이 이렇게 콕 짚었다는 것은 그것이 바로 색욕의 주력 힘이겠지.
때문에 나는 듣고도 별 반응이 없었다.
‘충분히 그럴 만해.’
게다가 나는 어쩌면 색욕의 마수가 영웅에게만 뻗친 게 아닐 거 같다는 예상도 들었다.
근데 시간을 들인 거 같지는 않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