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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1장


표비가 참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전투는 치열하게 흘러갔다.
“실력이 제법인데?”
비록 수적으로 우세하더라도 고작 산적일진대.
오금장 무인들이나 낭인들이 고전한다고?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일어서려는 천가휘를 막았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앉아 있어.”
“…주군.”
자신의 상태 때문에 막는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을 굳히는 천가휘.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너 때문이 아니라, 뭔가 묘한 기분이 들어서 그래.”
그러면서 전장을 바라봤다.
표비가 산적의 수괴를 처리했음에도 물러서지 않는다.
보통 수장이 당하면 겁을 먹기 마련인데….
‘역시 공금상회에서 보낸 놈들인가?’
특히 표비를 에워싼 녀석들.
복장이 각양각색인 산적들과 달리 똑같은 청색 무복을 입었다.
놈들에게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
뭐지?
분명 마기는 아니었다.
그랬다면 내가 못 알아볼 리 없을 테니까.
“니들 뭐야. 뭔데 이리 질척대? 나 남자는 관심 없다고!”
표비가 홀로 다수를 상대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녀석의 역천대라술이 꽤나 높은 경지에 올랐기 때문이다.
저깟 무인들 쯤이야 쉽지.
그걸 증명하듯 휘둘러지는 녀석의 손.
허공에 가로로 선이 그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기다란 팔이 튀어나와 선을 잡고 위아래로 벌린다.
쩌어억
마치 과일을 쪼개듯 갈라지는 공간.
-보보보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족히 팔척은 넘어 보이는 거인이었다.
-보보보
다시 한 번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입술을 오물거린 그것이, 곧장 적들을 향해 양팔을 휘둘렀다.
부우웅
웬만한 장정의 키만큼이나 긴 팔이 마치 채찍을 보는 것 같다.
짜아악
“크윽!”
“마귀다!”
“마귀는 잡아야 한다!”
“마귀는 죽여야 해!”
“마귀 때문에 다 망했어!”
“마귀는 적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 쏟아진 말.
청색무복 사내들이 쓰고 있던 복면을 일제히 벗었다.
그러자 드러난 것은, 검은자위와 흰자위가 반대인 역안(易眼)과 혈색 하나 없는 창백한 피부.
‘강시?’
아니다.
강시라 하기엔 사자의 기운이 없다.
분명 산 사람이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표비가 소환한 귀신을 향해 일제히 달려드는 그들.
이내 서로 물고 뜯는 우악스런 장면이 연출된다.
그 모습을 보고 표비 역시 눈살을 찌푸린다.
“미친놈들인가?”
약이라도 한 모양인데.
상태로 봐선 일상생활도 불가능해 보인다.
다섯이 귀신을 맡고 나머지가 표비를 향해 달려든다.
그에 표비가 다시 한 번 환술을 펼치려는 찰나.
“피해!”
쉬잉
피잇
표비의 목에서 피가 튀었다.
내 외침에 가까스로 검을 피한 녀석.
얕게 베인 상처를 손으로 막으며 마차가 있는 쪽으로 물러섰다.
비틀
“어라?”
콰당
표비가 넘어졌다.
착지하기 위에 짚었던 다리가 풀려 버린 건지 그대로 바닥을 구른 것이다.
“괜찮아?”
곧장 마차에서 내려 물으니 녀석이 죽는시늉을 했다.
“주, 주군… 이 유능한 오른팔은 먼저 갑니…!”
“죽을 정돈 아니구나.”
“…좀 어지럽긴 합니다.”
아무래도 마비독에 당한 모양이다.
유효한 공격은 목의 상처뿐이니 무기에 독을 바른 건가?
확인차 상대를 쳐다봤다.
“…!”
뭐야?
저 자식이 왜 여기 있어?
어지러운 와중에도 내가 놀란 것을 느낀 표비가 물어 온다.
“왜요? 아는 놈이에요?”
“너도 아는 놈이야.”
“제가 사내놈 기억해서 뭐합니까.”
모른다는 소릴 당당히 말하네.
녀석이 알 수 있게 바로 이름을 언급했다.
“모용천.”
“모용세가 둘째요? 그놈이 왜 여기서 나와요?”
중독된 탓에 몸이 불편함에도 놈의 정체를 듣자 노려보는 표비.
그러면서 또 한 번 놀라워한다.
“쟤… 원래 눈빛이 저랬던가요? 맛이 완전 갔는데?”
“약에 중독된 거 같다.”
전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지금보다 효능도 약하고 역안 같은 특징은 없었지만.
“공금상회 놈들이 구린 일 처리할 때 쓰는 약이 있어.”
“그걸 저놈에게 먹였다고요? 모용세가 차남인데?”
“그 모용세가 우리가 문 닫았다.”
“아, 맞다.”
진짜 깜빡했다는 듯 이마를 두드리는 그.
하나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독이 예상보다 빨리 도나 보다.
이제는 팔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게 된 녀석을 마차 안으로 집어넣었다.
“마비독인 것 같아. 가져온 해약 좀 먹여 줘.”
흑룡강을 떠나며 이것저것 챙겼던 물건들.
그중 독에 대비한 약도 있었다.
약효 자체는 별로 좋지 못하지만 여러 독에 작용하는 해약이었다.
천가휘가 약을 꺼내 표비에게 먹이는 것을 확인한 후 몸을 돌렸다.
어느새 귀신을 해치운 약쟁이들.
모용천까지 도합 열 명이 적의를 피워대며 내게 달려든다.
“크아악!”
“죽여!”
“마귀를 죽여!”
고함치며 날듯이 짓쳐 드는 적들 사이로, 모용천 역시 역안이 된 눈을 번뜩이며 기회를 노린다.
“까분다.”
어차피 한 놈만 있으면 된다.
정보를 얻기 위해선.
때문에 망설임 없이 살수를 펼쳤다.
퍼퍼퍼퍼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