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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0.001% 랭커의 귀환 11권
유우리 퓨전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1
1장
-너, 너…… 그건! 아니, 그분은!
당황한 미르바나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얼마나 놀랐으면 미쳤던 정신이 잠시 정상으로 돌아왔을까.
강서준은 달려들던 자세 그대로 굳은 미르바나의 시선을 말없이 마주했다.
녀석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아무렴 그럴 것이다.
‘이건 마왕의 아이템이니까.’
마왕 제레브의 반지.
차원 서고 2층에서 발견한 S급 아이템으로, 레벨 400에 달하는 마왕의 영혼이 봉인되어 있는 물건.
당황할 수밖에 없으리라.
‘미르바나는 마왕한테 꼼짝도 못 하니까.’
협곡의 광전사는 마왕의 직속 수하이자, 마왕만을 섬기는 신실한 종이었다.
비록 놈이 따르는 마왕이 아닐지라도 감히 적의를 보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진짜 마왕을 소환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마왕 제레브의 반지는 섭종 보상이 아니었다.
즉 아무런 봉인도 되어 있질 않아 제한 레벨이 되기 전에 착용해선 안 되는 물건이란 뜻이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이 반지를 착용한다는 건, 사실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장비 ‘마왕 제레브의 반지’에서 ‘마왕 제레브’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반지를 손에 움켜쥐었다는 것만으로도 이처럼 자기주장이 강렬한 녀석이다.
조금씩 그의 몸으로 마기를 주입해서 침식하려는 낌새마저 보이고 있었다.
그오오오오옥!
그러니 이건 착용해선 안 된다.
‘그래. 착용하지 않으면 돼.’
강서준은 씨익 웃으며 마왕 제레브의 반지에서 흘러나오는 마기를 내려다봤다.
역시 마왕이 봉인된 장비였다.
착용하질 않아도 이렇게나 막대한 양의 마기가 제멋대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정도의 마기라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
거두절미하고 강서준은 반지를 대상으로 도깨비불을 발동시켰다.
착용하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마기를 불태우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농밀한 마기가 원료로 사용되니, 도깨비불은 여태와는 비교조차 안 될 거센 불길을 일으켰다.
‘크기부터 다르네.’
거짓말이 아니고 이 정도면 도깨비불로 산불도 일으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확실히 마왕이 가진 마기의 양은 다르긴 달랐다.
[‘도깨비불’이 ‘정제된 마기’를 불태웁니다.]
기대보다 훨씬 큰 화력에 미르바나의 몸이 움찔했다.
그리고 점차 그를 바라보는 미르바나의 표정이 험상궂게 변하고 있었다.
몸집은 한층 커지고 근육질은 도드라졌다. 눈으로 혈광을 뿜어내며 입으로 거대한 마기를 안개처럼 흘렸다.
[엘리트 몬스터 ‘협곡의 광전사 미르바나(A)’가 스킬, ‘광폭화(狂爆化)를 발동합니다!]
놈의 눈에서 더는 이성을 찾을 수 없었다. 아예 의식조차 날려 버리는 최후의 필살기였다.
미르바나는 분노를 광기로 표출했다.
-감히이이이…… 마왕님으으으을! 네놈이이이이이!
공간이 터지는 소리가 울리며 멀찍이 떨어져 있던 미르바나가 눈 깜빡할 새에 정면에 나타났다.
거대한 마기를 담은 쌍도끼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고, 이에 대항하여 강서준은 도깨비불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힘의 크기는 얼추 비슷했다.
검붉은 마기와 투명하게 푸른 불꽃이 서로 뒤엉켜 일시에 폭발하고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충격에 의해 뒤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미르바나가 입을 콱 벌리더니 마기를 응축시킨 공을 빠르게 쏘아 댄 건 그때였다.
[엘리트 몬스터 ‘협곡의 광전사 미르바나(A)’가 ‘마기포’를 발동합니다.]
투콰카카카캉!
기관단포로 쏘아 대는 총알처럼 강서준을 노리고 날아오는 게 심상치 않았다.
‘많기도 하군.’
류안으로 놈의 마기포를 확인한 강서준은 지그재그로 달리며 공격을 피해 냈다.
[스킬, ‘마기 집중(F)’을 발동합니다.]
그리고 빠르게 들판을 주파하여 놈에게 접근했다. 그를 스쳐 지나간 마기포가 지면에 닿아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곧 가까이 다가서니 놈도 쏘아 대던 마기포를 거두어들이고, 쌍도끼를 들고 맞대응을 해 왔다.
비등비등한 공격이 서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이대로는 끝도 없겠군.’
제아무리 마왕의 반지에서 마기를 끌어 쓴다고 해도 한계는 있는 법이다.
게다가 믿고 싶진 않지만, 미르바나는 아직 본 실력을 전부 드러내지 않은 상태였다.
‘협곡의 광전사…… 진짜 미친놈이야.’
미칠수록 강해지고, 피폐해질수록 더욱 큰 힘을 만들어 내는 존재.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초월적인 몬스터로 현현하는 게 바로 이놈이었다.
그래서 놈을 상대하는 최선의 공략법은 오직 단기 결전이었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끌어 봤자 마기의 총량에서 다시 밀릴 뿐이야.’
무수한 공격을 주고받으면서도 강서준은 머리를 빠르게 회전했다.
마왕의 장비를 활용하고도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없다면…… 아직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거다.
‘방법은…….’
협곡의 광전사는 미친놈답게 패턴이라 할 게 없다.
오직 피지컬로 상대해야 한다.
해서 강서준은 그 피지컬에 맞대응할 만한 ‘힘’을 ‘마왕의 마기’로 보강했다.
만약 그걸로 부족하다면?
여기서 놈을 더 능가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 걸까.
답은 간단했다.
‘……속도.’
강서준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각도 정리했다.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최적의 방식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맹수의 울음. 그리고 광속.’
그의 몸에서 마치 맹수가 포효하는 것처럼 묵직한 울림이 생겨난 건 그때부터였다.
전신에서 시작된 거대한 울림은 강서준의 속도를 한계 이상으로 끌어낼 것이다.
[스킬, ‘마수의 울음(F)’을 습득했습니다.]
[스킬, ‘마광속(F)’을 습득했습니다.]
땅의 검술인 ‘지(地)’의 묘리를 응용하여, 마력 대신 마기를 활용해 본 것이다.
‘정말 될 줄은 몰랐지만…….’
다만 원료를 마기로 사용해서 그런지 더욱 거친 흐름이 생겨났다.
들끓는 마기는 대단히 강력했지만, 도통 제어할 수 없는 속도로 그를 이끌었다.
진동할 때마다 신체의 곳곳이 붕괴되는 것도 덤이었다.
콰아아앙!
한 번의 내디딤에 발끝에서 마기가 폭발하듯 분출됐다. 주먹을 휘두를 땐 공기가 터져 나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심장도 터질 듯이 방망이질해 댔고, 울컥 피가 역류해 정신도 혼미해졌다.
‘미친…… 기술이야.’
하지만 그만큼 미르바나의 몸에도 심각한 대미지가 누적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악!
놈이 마지막 발악을 하듯 포효했고, 강서준은 결코 멈추는 일이 없었다.
‘지금 여기서 멈추면…… 무리해서 진동시킨 마기가 내 몸을 완전히 파괴할 거야.’
‘정제된 마기’라 해도 ‘마기’는 역시 악마의 힘이다.
진동시킨 마기가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강서준의 혈도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빨리 마기를 밖으로 배출시켜 소모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 한 방에 모든 걸 담는다.’
강서준은 넝마가 된 미르바나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높이 뛰어올랐다.
그의 손에서 진동한 마기와 마왕의 마기가 더해져, 한층 더욱 커진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우어어어어!
놈이 기합을 지르며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떨어져 내리는 강서준의 주먹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빠르게 관통한 주먹이 바닥까지 닿아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어 냈다.
쿠구우우우웅……!
[마기가 전소되었습니다.]
[스킬, ‘도깨비불’이 해제됩니다.]
잠시 흐른 적막 뒤로 거대한 먼지구름이 있었다. 강서준은 그 중앙에 서서 희미한 시선으로 싸늘한 주검을 내려다봤다.
[엘리트 몬스터 ‘협곡의 광전사 미르바나(A)’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각종 버프까지 받아 한층 강화된 마족다운 보상이었다.
빠르게 올라가는 레벨을 보며 강서준은 낮게 기침을 토해 냈다.
솔직히 그의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다.
“두 번 할 짓은 아니야. 정말…….”
지친 눈으로 먼지가 가라앉길 기다리니, 멀찍이 떨어져 있던 링링이 다가와 물었다.
“괜찮아?”
“응. 다행히 몸은…….”
그녀도 걱정이란 걸 하는 걸까.
“그럼 됐어. 일어나. 컴퍼니는 이미 서쪽으로 도망쳤어. 지금 쫓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