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기 귀찮습니다 3
전자책 발행일 | 2025년 6월 12일
지은이 | 봉블리
펴낸곳 |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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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블리,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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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단권) 979-11-6977-499-4 [05810]
정가 3,400원
목차
15. 이빨 요정
16. 재회
17. 전복이 잘못했네!
18. 차길도가 무서워하는 것
19. 당신이 알아야 하는 진실.
20. 고백
21. 양심 없는 차길도
22. 잠깐의 평화
23. 어리석은 선택
15. 이빨 요정
강지아는 차길도의 비서실장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사교 모임 장소로 향했다. 치장을 마치고 차에 올라타는 그 짧은 순간 제게 박히던 수십 개의 시선들을 떠올렸다.
넋이 나간 것처럼 저를 바라보던 그들을 보며 문득 궁금해졌다. 차길도는 저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저들과 같은 표정을 짓지 않을까? 그녀는 차길도와 마주할 것이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
그러나 괄목할 만한 그의 모습에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은 건 강지아였다. 그녀는 차길도에게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평소에도 클래식 정장을 자주 입었고 남성복이라 특별할 점은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작정하고 차려입은 차길도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이보다 완벽한 피조물이 또 있을까. 아름다움이 여성만 독식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 남자를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소유욕을 가져서는 안 되는 대상임을 알면서도 차길도를 가지고 싶었다.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그녀에게 차길도가 눈을 돌리는 순간, 강지아는 제 들끓는 탐욕을 들킬까 봐 두려워 고개를 돌렸다.
강지아는 차길도와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심장이 무섭도록 뛰었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어딘가 고장이 난 것처럼 사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차길도는 그런 강지아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손목에 찬 시계를 정돈했다.
힐끗, 그런 차길도를 강지아는 다시 훔쳐보았다. 반듯한 이마 밑으로 드러난 긴 속눈썹과 유려하게 이어진 콧대, 꾹 다문 고집스러운 입술과 그린 듯한 부드러운 턱선까지.
‘…미친놈인가.’
무심코 욕이 나올 정도의 얼굴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정신없는 동안, 정작 차길도는 강지아를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지시대로 구색 정도를 맞춰 줬구나. 이 정도가 고작이었다.
차길도는 넥타이가 조여 갑갑했지만, 느슨하게 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 바늘구멍만 한 틈 하나 허락하지 않은 복장만으로도 그의 분위기는 독보적이었다.
강지아의 치장을 기다리느라 이미 많이 늦어버렸다. 서둘러 줬으면 하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그녀가 자리에 서서 움직이질 않았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그녀에게 초대장이 있다는 걸 깨달은 차길도가 멈춰서 고개를 돌렸다.
멀찍이 서서 바라보다가 정작 눈이 마주칠 것 같으니 피해버리는 그녀를 보고도 차길도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저 그녀가 빨리 초대장을 꺼내서 안으로 들어가 주길 바랐다.
“안 올 건가?”
망부석처럼 서서 좀처럼 움직일 생각이 없는 그녀를 보다 못해 차길도가 말했다. 그의 부름에 겨우 정신이 든 강지아는 얼굴을 붉히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가, 가고 있어!”
긴 치맛자락을 쥐며 엉거주춤 차길도 옆으로 따라붙은 그녀는 앞서 들어가는 남녀가 팔짱을 낀 것을 보았다.
강지아가 흘깃 차길도를 바라보았다. 제게는 시선조차 안 주며 앞만 보고 있는 그의 비어있는 팔에 눈길이 갔다. 강지아는 그것을 보고 갈등했다.
‘…잡아야 하나?’
그녀가 잡을 수 있게 차길도가 팔을 열어 준 것도 아니지만, 멀뚱히 옆에 서서 들어가는 모양새가 더 어색했다. 보통은 남자가 손을 뻗어 잡을 수 있게 권하는 것이 신사로서의 예의였지만, 차길도는 예의를 차릴 인간이 아니었고 강지아는 그런 예의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망설이고 눈치를 보다가 이내 차길도의 팔을 붙잡고 가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막 손을 들어 잡으려는 순간, 정면만 바라보고 있던 차길도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
부끄러운 짓을 하려다 들킨 것처럼 그녀는 화들짝 놀라 잡으려던 팔을 내렸다. 긴장으로 손가락을 가만두지 못하고 꼼지락거리며 저를 쳐다보는 차길도에게 물었다.
“…왜, 왜 그렇게 봐?”
어쩐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차길도 앞에서 말을 더듬고 말았다는 것에 그녀는 머리라도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차길도가 저를 바라본 이유가 궁금했다.
차길도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
그의 곧고 커다란 손이 눈앞에 보이자, 그녀의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뛰기 시작했고 숨이 막혔다.
이제껏 아무런 반응이 없어 내심 서운하던 감정이 눈이 녹듯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핑크빛 설렘이 차올랐다.
냉랭하기만 하던 그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에 감동마저 느낀 강지아는 쑥스러움과 기쁨이 섞인 예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기꺼이 그의 손을 잡기 위해 조심히 제 손을 그 위에 올렸다.
“……?”
차길도는 제 손바닥 위에 올려진 작은 손을 바라보다가 미간을 좁혔다. 그러고는 불쾌하다는 듯 그녀의 손을 치워내고 다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초대장.”
달라는 초대장은 안 주고 왜 제 손을 잡냐며 따지진 않았지만, 강지아는 수치심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차길도의 행동 하나하나에 감동하고 기뻐했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파우치 속에 넣어둔 초대장을 꺼내 출입문을 지키는 사람에게 내밀었다.
“확인되셨습니다.”
닫혀 있던 성문이 열리면서 차길도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도 뒤늦게 속도를 올려 그의 옆에 섰다.
모임이 열리는 회장은 시선을 돌릴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넋을 놓고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차길도는 훌쩍 멀어져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그런 차길도를 따라갔다. 배려라곤 없는 속도에 한마디 하려다가 말았다.
중앙 홀로 들어서자, 장내에 있던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고 그 둘을 바라보았다. 차길도는 그들의 시선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지아는 아니었다. 그녀 역시 어딜 가도 눈에 띄는 외모였기에 호감 어린 시선에는 익숙했지만, 이렇게 품평하듯 꽂히는 눈길에는 면역이 없었다.
긴장으로 강지아는 몸이 떨렸다. 마치 조금의 틈만 보이면 저를 물어뜯을 짐승의 무리 한가운데로 들어온 것만 같았다.
옆에서 몸을 가만히 두질 못하는 강지아를 본 차길도는 한숨을 속으로 내쉬며 그녀에게 말했다.
“앞만 봐. 어차피 나보다 나을 것 없는 인간들이니까.”
“…….”
오만하기 짝이 없는 말임에도 강지아는 바로 떨림이 멈출 정도로 안심이 되었다. 그의 말대로 저들이 갖는 우월주의에 짓눌릴 바에야 군림하는 게 나았다.
차길도의 배려는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강지아에겐 충분했다.
그녀는 가슴을 펴며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쳐도 피하지 않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녀의 당당한 태도에 지켜보던 이들이 그녀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아보고 바로 반응을 보였다. 개중에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본 사람도 있었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차길도와 닮아 있었다. 당연했다. 자칫 거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지금의 태도는 모두 차길도를 따라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두 남녀의 분위기가 비슷하기까지 하니, 연인 사이가 아니겠냐는 말까지 새어 나왔다. 강지아는 그 말을 듣고 괜히 차길도의 반응이 신경이 쓰였다. 그 역시 저 말을 못 들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길도의 시선은 엉뚱한 곳에 가 있었다. 멀리서 보면 티가 안 나겠지만, 그와 가장 가까이 있는 그녀만은 알 수 있었다. 차길도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고 있었다.
‘대체 아까부터 뭘 찾는 거지?’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강지아도 덩달아 주변을 둘러볼 정도였다. 차길도는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관심도 없는 듯했다. 저런 무관심도 어떻게 보면 재능이었다.
차길도에게 중요한 건 백은성을 찾는 것뿐이었다. 안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그의 눈동자는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찾았다.’
집요한 탐색 끝에 차길도는 백은성과 눈이 마주쳤다. 커다란 눈동자로 놀란 듯 바라보는 백은성을 보자마자, 차길도는 달려가 그를 끌어안고 싶었다.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에 의해 백은성이 그의 시야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오유성이 그런 백은성을 붙잡았다.
백은성을 거칠게 낚아채는 오유성의 모습에 차길도는 하마터면 뛰어들 뻔했다. 백승 측 경호원의 집요한 시선을 느끼지 않았다면 그랬을 것이다.
차길도는 주먹을 꽉 쥐며 백은성을 외면했다. 지금은, 지금은 참아야만 했다.
때가 되면 백은성을 데리고 이곳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날을 위해 소수지만, 제 사람을 백승의 경호 팀에 넣었다. 이대로 소란을 피워 계획을 어그러트릴 수 없었다.
지금부턴 인내와의 싸움이었다.
그런데도 백은성이 오유성과 함께 있는 모습에 차길도는 좀처럼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그가 으득 이를 갈자, 그 소리를 들은 강지아가 고개를 들어 차길도를 바라보았다.
“…차길도 씨, 괜찮아?”
견딜 수 없는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모습에 강지아는 저도 모르게 차길도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대체 뭘 봤길래….’
철옹성 같던 그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그녀의 손끝이 뺨에 닿기도 전에 차길도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까다롭긴.’
접촉을 허락하지 않은 그를 보며 강지아는 결국 손을 내렸다.
그녀는 조금 전 차길도가 바라보던 곳을 보았다. 기둥에 가려져 잘 보이진 않았지만,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 다 남자 아닌가…?’
게다가 한 명이 일방적으로 끌어안긴 상태였다. 강지아는 그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기둥 뒤로 금발이 어렴풋이 보이자 반사적으로 외면했다. 두근, 두근.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이토록 그녀에게 강렬한 트라우마를 남기는 금발은 한 명뿐이었다.
다시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을 땐, 금발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정말로 백은성이었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그와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지난날의 지옥 같던 스토킹이 되풀이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트라우마보다 강지아는 차길도부터 살폈다. 온실에서 차길도가 제게 보여줬던 태도가 그동안 백은성에게 시달렸던 스토킹보다 더 강렬했기 때문이다.
무언가 억누르는 듯했던 차길도의 표정은 다시 냉랭하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행히 제가 알던 차길도였다.
‘…다행이라고?’
어째서 차길도가 평소처럼 돌아와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뒤늦게 의문이 남았다. 그러나 강지아는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설령 금발의 남자가 정말로 백은성이라 하더라도 차길도가 자신을 선택하도록 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이곳에 그와 함께 오지 않았던가. 언제까지고 백은성 트라우마에 갇혀 있을 수 없었다.
강지아는 우선 주변에 있는 초대된 거장들을 살폈다. 국내외 가리지 않고 이름을 알리고 있는 화백들과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진풍경에 강지아는 긴장으로 침을 삼켰다.
명성만 놓고 본다면 강지아 역시 저들과 다를 것 없었지만, 그들은 정식으로 초대받지 못한 그녀를 보란 듯이 무시했다. 유치한 밥그릇 싸움에 주눅이 들기는커녕, 이제껏 눌러 왔던 호승심이 되살아났다.
강지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저들을 어떻게 물어뜯을지 생각하다가 들고 온 파우치 안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 경매를 진행하는 무대에 올라갈 기회만 있으면 되었다. 그 열쇠는 차길도가 갖고 있었다.
강지아가 차길도를 찾았을 땐, 그는 어느새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파트너 의식이라곤 쥐뿔도 없네.’
차길도를 보며 강지아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기필코 저 표정이 무너지는 꼴을 보고야 말 테다.
그녀가 분을 삭이는 동안, 웬 젊은 남성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체격은 차길도와 비슷한 거구였지만, 그와 같은 위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밝은 머리 색에 곱슬기까지 있어서일까, 부드러운 인상의 남성이었다. 그는 순한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고 정중하게 물었다.
“혹시… 강지아 화백님 아니신가요?”
“맞습니다만, 왜 그러시죠?”
낯선 남성의 접근에 강지아는 바짝 날을 세웠다. 남성은 더 다가오지 않고 방긋 웃었다. 누가 봐도 순하고 해롭지 않아 보이는 미소였다.
“역시!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화백님의 작품,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그는 강지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누구와는 달리, 서글서글하고 붙임성 있는 그는 호감이 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강지아는 사회성이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백은성에게 스토킹을 당한 이후로는 낯선 사람은 경계부터 하게 되었다. 눈앞의 남자가 아무리 호감형이라도 그녀는 쉽게 손을 내주지 않았다.
악수를 거부당한 남자는 머쓱할 법한 상황에도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내밀었던 손으로 자연스럽게 안쪽 주머니를 뒤졌다.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OUN 대표, 오유성이라고 합니다.”
강지아는 굳은 얼굴로 그가 내민 명함을 바라보았다. 몇 번이나 OUN과 접촉했었지만, 매번 그의 비서와만 만났기에 그녀가 오유성의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 사람이… 오유성?’
차길도가 그토록 무너트리고 싶어 하던 상대가 눈앞에 있다. 미술품으로 판매 차익이나 얻으려는 몰상식한 인간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인상이었다.
그녀가 오유성을 탐색하는 동안, 오유성 역시 강지아를 뜯어보고 있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았고 보기 드문 미인인 건 맞지만, 그녀가 특별한 존재인지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단아한 미인은 오유성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의 취향은 고리타분한 차길도와 달리 좀 더 섬세하고 화려한 것이었으니까. 그래, 예를 들면 백은성 같은.
그러고 보니, 백은성의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강지아 때문이겠지….’
백은성이 강지아와 맞닥트리지 않도록 중앙 홀과 떨어진 공간에 백은성을 밀어 넣기를 잘한 것 같다.
이쯤 되니, 오유성은 정말로 궁금했다.
백은성은 그녀의 무엇을 보고 집착하는 것일까. 뱀의 눈처럼 가늘어진 시선을 능숙하게 숨기며 오유성은 자연스럽게 그녀와의 대화를 리드했다.
그는 온화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림에는 각각의 상징이 존재하고 강지아 화백님의 작품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선명해서 좋아합니다. 그 강렬한 각인은 알을 깨고 나오는 게 아니라, 알 자체를 깨부수려는 것 같아 보고 있으면 속이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강지아는 차길도와 달리, 자신의 그림을 정확하게 이해하며 순수하게 감탄하는 오유성에 당황했다.
그녀의 방어막 한 겹이 벗겨졌다는 걸 귀신같이 안 오유성은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작품 활동에 방해될까 싶어 이제야 이렇게 인사를 드린 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