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00002.html
세상을 치료할 약사 허신 7권
구호선







Section00003.html
세상을 치료할 약사 허신 7권
지은이/ 구호선
발행인/ 박성인
책임편집/ 편집부
펴낸 곳/ (주) 삼양씨앤씨 - 드림북스
주소/ 서울시 강북구 도봉로 180, 광희빌딩 4층
대표전화/ 02-980-2116
블로그/ blog.naver.com/dreambookss
신고번호/ 제2017-000030호 신고일자/ 2017년 12월 19일
등록번호/ 831-88-01041 등록일자/ 2017년 12월 20일
ISBN 979-11-6959-094-5 (05810)
(주) 삼양씨앤씨 - 드림북스의 서면 허락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Section00004.html
목차
지구 보호, 환경 보호, 아이 보호 (2)
도난의 범인
욕심쟁이
좀비 마약
곤죽탕
늦고 빠른 치료
Section00008.html
지구 보호, 환경 보호, 아이 보호 (2)
허신은 지금 최준수와 함께 한 고급 한식당에 와 있었다.
바로 오브리 안과의 만남을 위해서였다.
“허신 약사, 오늘 멋 좀 부렸다? 드디어 좀 그 잘난 얼굴이 사는 것 같은데?”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소독약 냄새 가득한 약사 가운에 마스크 끼고 올 순 없잖아요. 참고로 전 그렇게 입어도 적당히 얼굴 산다고 생각합니다만….”
“재수 없는 놈.”
허신은 약사 가운만 입던 평소와 달리 제대로 된 정장을 갖춰 입었다.
우연금이 간절하게 부탁한 만큼, 오늘만큼은 기합을 넣어서 오브리 안을 설득해야만 했으니까.
또 허신의 IMC 콘퍼런스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최준수 팀장님의 명예가 달려 있으니까 열심히 해 드려야죠.”
“웃기고 앉아 있네. 내 명예를 왜 네가 신경 써. 아직 약사 자격증에 잉크도 안 마른 주제에. 경력은 네가 우위일지 몰라도, 경험은 내가 더 많다고. 걱정 받는 것도 한두 번이야.”
“응애, 죄송합니다.”
회귀 전까지 따지면 최준수보다 경험도 많았지만, 뭐.
허신이 능글맞게 웃어넘기자, 최준수가 가볍게 허신의 옆구리를 툭 쳤다.
“너 자꾸 그러면 언제 한 번 나한테 제대로 당하는 수가 있다? 우리 병원에 입원만 해 봐. IV 주사 아프게 놓으라고 간호 쌤한테 신신당부할 테니까. NPO(금식) 때도 치킨 사 들고 가서 네 앞에서 먹을 거라고.”
“와, 팀장님은 제가 진짜 애인 줄 아시나 봅니다. 하나도 겁 안 나는데 어쩌죠?”
“이게….”
“그리고 저 치킨 별로 안 좋아합니다. 피자 파라. 그것도 하와이안 피자.”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최준수는 제 협박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허신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들이 시답잖게 투탁거리고 있을 무렵.
“연구원님! 오래간만입니다.”
“아, 본부장님.”
한식당에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신이 부른 또 다른 백업 멤버.
청십장의 박후진이었다.
허신 덕분에 탄탄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박후진은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도 살이 더 통통하게 오른 모양새였다. 기쁨의 술잔을 너무 기울인 탓이었다.
“아, 이쪽이 최준수 팀장님이시겠군요. 안녕하세요, 청십자의 박후진입니다.”
“안녕하세요. 최준수입니다.”
“저번에 한국대병원에서 대대적으로 약 교체할 때도 만나 뵙지 못했었는데. 이번이 첫 만남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신 연구원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가요? 특히 어떤 말씀을 많이 들었을까요?”
박후진의 손을 잡고 악수하던 최준수가 말 한 마디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에 박후진은 허신의 눈치를 살피며 특유의 처세술을 선보였다.
“어… 굉장히 멋지신 분이라고? 존경할 만한 분이라고요!”
“흐음. 그거 믿기 어려운 칭찬인걸요.”
“한국대병원 실습할 때 아바다케다바이드 발암 물질 발견부터 시작해서, 로그스트로크, 루게릭 치료제까지. 다 최준수 팀장님한테 많이 배운 덕분에 가능했던 거라고 그러셨거든요. 맞죠, 허신 연구원님?”
“그럼요, 그랬죠. 제 스승님이나 마찬가지라고요. 본부장님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아주 눈이 바쁘게들 돌아가시는데, 스승은 헛소리고… 그나저나, 잠시만요. 아바다케다바이드요? 그건 그냥 청십자에서 연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걸로 알고 있는데?”
최준수가 매의 눈으로 질문했다.
“설마… 그 일에도 허신 약사가 끼어 있었습니까?”
“아차!”
“어쩐지 얘가 말하고 나서 바로 며칠 뒤에 금지 약물 지정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박후진은 뒤늦게 자신이 말실수했음을 깨달았다.
그때 분명 허신 본인이 의심을 시작한 걸 말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박후진이 당황하며 허신을 쳐다보았다.
어차피 이제는 다 지난 일. 그때 이후로 아바다케다바이드 결핵 치료제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최준수가 알아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박후진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급히 주제를 돌렸다.
“아…하하! 이런 멍청한 말실수가. 워낙 대단하신 분이라 제가 잠시 헷갈렸네요. 아바다케다바이드? 허신 연구원님이랑은 아무런 관련 없어요.”
“…….”
“아무리 우리 허신 연구원님이 도인처럼 여기 떴다 저기 떴다 하시지만, 몇천 개가 되는 발암 물질 중에서 그렇게 콕! 집어서 하나를 의심하고 쉽게 알아차리실 수는 없죠….”
“아하. 그것참 아주 리얼하고 재밌는 말실수였네요? 그치, 허신 약사?”
“그러게요. 하하.”
최준수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더 묻지도 않았다.
그만큼 특정 발암 물질을 발견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설령 거기에 허신이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그냥 전체 검사를 돌려 보라고 문의한 수준이겠거니 생각한 것이다.
“크흠, 아무튼! 오브리 안이라니! 저희 사장님께서 반드시 한 건 해내라고 신신당부하신 터라, 좀 긴장되긴 하네요. 우리 청십자 약으로 잘 설득시킬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 오늘 모인 자리인걸요. 너무 떠실 거 없습니다.”
“말이 안 통하면 어쩌죠? 한국말을 잘하는 건 아는데… 우리나라 나이로 따지면 겨우 열일곱이지 않습니까. 회사에서 일할 때는 이렇게 어린애랑 얘기해 볼 일이 없어서 말이죠.”
“선언이나 강연하는 영상을 몇 개 봤는데, 아주 어른스럽더군요. 말도 호소력 있게 잘하고. 허신 약사보다 말을 잘하던데요.”
“이걸 저랑 비교하신다고요?”
허신이 황당함에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당사자 앞에서는 어른스럽다거나, 어린 나이에도 대단하다는 뉘앙스의 얘기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지난달에 한 인터뷰를 봤는데, 인터뷰어가 그런 걸 계속 강조하면서 말하니까 오브리 안이 약간 불편한 것 같은 표정을 지어서요.”
“오오….”
박후진이 그걸 간파한 허신의 예민한 눈에 감탄했다.
“하긴, 얼마나 지긋지긋하겠습니까. 청소년 환경 운동가라고 추앙받는 것도 한두 번이지, 뭘 할 때마다 본인의 업적보다 청소년이라는 데 더 의의를 두면 짜증 나겠죠. 저도 중고등학교 때 어린애 취급받는 거 싫어했고요.”
“물론 대놓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으니, 확실하게 단언하긴 이르지만요. 그냥 제 추측일 뿐입니다.”
“뭐, 그래도 잘 보여야 하는데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좋은 정보였어, 허신 약사.”
사실 최준수는 얼굴을 보자마자, ‘유명하신 청소년 환경 운동가 오브리 안 씨. 반갑습니다. 어린 나이에 대단하시네요.’ 하고 인사하려 했다.
만약 허신의 말이 없었다면 시작부터 아주 난처해질 뻔했다.
그리고 그 순간.
드르륵―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안녕하세요, 오브리 안입니다.”
검은색 중단발에, 레몬 풋내가 나는 듯한 작은 체구.
미국인 어머니의 피가 섞인 혼혈이라 그런가. 허신과 비슷한 검은빛의 머리라는 것 외에는 이목구비가 전부 이국적이었다. 대서양과도 같은 푸른색 눈동자가 특히 그랬다.
하지만 그런 얼굴로 보여 주는 건 딱딱한 무표정뿐.
나뭇잎만 굴러가도 웃을 나이라는데. 그 속내를 쉬이 보여 주지 않는 강인한 눈빛은 웃음기는커녕, 마치 일렁이는 태풍을 담고 있는 듯했다.
지구의 환경 문제도 그렇고, 어린 나이부터의 투병 생활도 그렇고.
현실의 문제들을 정확히 직면하고 있는 나머지 내면이 단련된 느낌이었다.
오브리 안은 정말이지 멘탈 강하다는 느낌이 드는 소녀였다.
“오.”
최준수와 박후진은 그런 그녀를 대면하자마자 작게 탄성부터 내뱉었다.
TV나 뉴스에서만 보던 인사가 바로 앞에 서 있다니.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라 좀 신기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허신입니다.”
반면 허신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브리 안은 그가 내민 손과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목례를 했다.
마치 최준수와 박후진이 그랬듯, 오브리 안 또한 허신을 보는 눈이 초롱초롱했다.
“조금 신기하네요. 저도 만나서 영광이에요, 허신 약사님.”
“오브리 안 씨가 절 아신다니, 더 영광입니다.”
“모를 수가요. 제탄 바이러스처럼 특정 나라에서만 발생하는 병이 아닌 이상, 약은 결국 전 세계로 뻗어 가기 마련인데.”
오브리 안은 머리를 살짝 매만지며 말했다.
“발모제는 My Grandfa…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도 잘 바르고 있어요. 젤이 미국인한테도 잘 듣더라고요.”
“아아. 그렇군요. 저희 랩 동료들이 들으면 무척 기뻐할 말씀이네요. 안 그래도 발모제를 한층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열심히 개발 중인데. 꼭 풍성하게 사실 수 있도록 하죠.”
“기대하겠습니다. 요샌 난치병 위주로 신약을 내신 걸로 알고 있어요. 보통은 유명세를 탔을 때 더 대중적인 병을 선택할 텐데. 대단하세요.”
“칭찬 들으러 온 것도 아니었는데, 부끄럽네요.”
우연금의 정보가 맞았다.
허신의 팬이라더니, 그녀는 정말로 허신을 보자마자 그의 업적을 줄줄 외우기 시작했다.
“다른 연구들도 다 좋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허신 약사님의 진수는 특히 쌀!”
“아하.”
“한국에서는 그래도 언급이 조금 된 듯하지만, 왜인지 국제 언론에서는 생각보다 조용하게 넘어갔죠. 더 주목받았어야만 하는 업적이었는데 말이에요. 어떻게 그리 지독했던 쌀 병해를 금방 처리했는지. 저희 환경 계약 팀에서도 굉장히 감탄했어요. 게다가 개발하신 농약도 친환경이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