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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치료할 약사 허신 5권
구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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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치료할 약사 허신 5권
지은이/ 구호선
발행인/ 박성인
책임편집/ 편집부
펴낸 곳/ (주) 삼양씨앤씨 - 드림북스
주소/ 서울시 강북구 도봉로 180, 광희빌딩 4층
대표전화/ 02-980-2116
블로그/ blog.naver.com/dreambookss
신고번호/ 제2017-000030호 신고일자/ 2017년 12월 19일
등록번호/ 831-88-01041 등록일자/ 2017년 12월 20일
ISBN 979-11-6959-092-1 (05810)
(주) 삼양씨앤씨 - 드림북스의 서면 허락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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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전약제
노이즈 마케팅
표절 논문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청소기
사과 잘하는 신입
불매(不賣)? 불매(不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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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약제
이청규의 군모제가 탈모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열광적인 반응을 얻을 무렵.
동기들이 허신의 약사 데뷔 겸 발모제를 축하하기 위해 다가왔다.
“야, 신아! 약사 된 거 축하한다? 역시 넌 우리보다 일찍 약사 되는구나. 한턱 쏴라!”
“너희 랩에서 발모제 출시했잖아. 나도 나오자마자 지갑 열어 놓고 샀거든? 크… 말해 뭐해. 역시 최고였다.”
동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허신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들 사이에서 허신은 이미 영웅이자 동갑내기 롤 모델이었다.
“하하. 발모제는 내가 한 건 아니지만, 청규 형한테 전해 줄게. 다들 축하 고맙다.”
허신도 동기들의 축하를 받으며 마음껏 여유를 즐겼다. 그런데 그때, 동기 중 한 명이 물었다.
“다다음 주에 깃발은 당연히 네가 들 거지? 학사 생활 마무리는 성대하게 해야지.”
“음? 무슨 깃발?”
약시도 다 쳤겠다, 이젠 대학원 준비하느라 정신없는데 뭔 소리지.
허신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반문하자, 동기들이 경악했다.
“하! 무슨 깃발이라니! 당연히 전약제 얘기지, 이 연구밖에 모르는 놈아.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렇지, 네가 우리 수석 과대표인데 그걸 까먹으면 어떡해!”
“너 무조건 밤에 우리 테이블에서 술 먹어야 된다. 알겠지? 너 없으면 여자들 우리랑 안 앉아 준다고. 전국의 미녀들이 오는 기회인데 그걸 놓칠 순 없잖아!”
“전약제?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었지?”
기억력 좋은 허신조차도 완전히 까먹고 있었던. 대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일정이 하나 남아 있었다.
보통의 과라면 대학교에서 하는 대동제나 체육대회 정도가 전부.
하지만 약대생들에게는 그들만의 은밀한 축제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전국의 모든 약대생이 모이는 축제.
줄여서 전약제였다.
“지난번엔 열리지 않아서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
원래 회귀 전에는 전약제가 열리지 않았었다.
제탄 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된 바람에, 밀리고 밀리다가 결국 취소된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그만큼 감염률이 올라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약대생들이었기에, 아쉽고 씁쓸해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목숨을 위협하는 전염병도 이젠 백신이 있었고, 덕분에 연구 레벨과 방역 시스템이 탄탄하다는 것도 증명되었다.
무엇보다 그 중심엔 의사나 다른 생물학자가 아닌, 약사가 있었다.
덕분에 오히려 전약제를 열어서 그 위업을 축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렇게 무박 2일의 광란의 축제가 열리게 되었다.
* * *
“와, 사람 엄청 많네.”
전약제 당일.
허신은 아침부터 속속 도착하는 인파를 보고 감탄했다.
올해의 전약제는 허신의 학교인 한국대에서 열렸다.
한국대가 가장 화제성도 있었고, 뒤늦게 급히 열린 전약제를 책임질 수 있는 부지가 몇 없다 보니 부득이 결정된 것 같았다.
한국대 총장인 한명재는 기꺼이 허락했다.
도시락, 촛불, 술값 같은 부대 비용은 모두 한국대에서 일임하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이 축제는 허신을 위한 개인적인 이벤트라고 봐도 무방했다.
자신의 딸 한세아를 살린 것에 대한 한명재의 성대하고도 약소한 선물.
오늘만큼은 생각 없이 배 터지게 먹고 마시라는 총장식 배려였다. 물론 허신 본인은 축제보단 연구실을 더 좋아했지만 말이다.
“고구려대 우우우―”
“어디서 개 우는 소리 안 들리냐? 아, 설마 연남대?”
“응, 니들이 그래 봤자 연고전이야.”
전약제는 일종의 대학교 대항전 같은 느낌도 들었다.
전국의 약대가 모두 모여 교류하는 축제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약사로서 교류는 교류대로 하되, 모두 자신의 약대가 더 우월하다는 걸 과시하기 바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학교별로 경쟁심과 투쟁심이 생기기 마련이었는데, 이번엔 특히 한국약대에 대한 질투가 심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쟤가 걔야? 허신?”
“맞는 것 같은데? 와, 얼굴 봐라. 어지간한 연예인 뺨치네. 이번에 한국대에서 전약제 하는 것도 다 쟤 덕분이라던데.”
“엥, 그냥 연구실 잘 만나서 운발로 이름 날린 거 아니고? 내가 보기엔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제탄병 기사에서도 항상 빼놓지 않고 얘기하는 거 보면 기여도가 있는 것 아니냐? 생각보다 평범해 보이긴 하네. 같은 학교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야, 운발도 쟤 정도 운발이면 능력이야. 평범이 저 정도면 우리는 수준 미달 중의 미달 아님? 기준 어떻게 된 거.”
“한국대 총장은 얼마나 예뻐 죽겠냐? 나였으면 입시 요강 홈페이지 메인에 걸어 놓고 싶겠다. 수시 신청 다 가져갈 듯.”
같은 약대생인 주제에, 아예 다른 삶을 사는 허신.
오동재를 비롯한 같은 학교인 동기들도 이젠 포기하다시피 존경했는데, 일면식도 없는 다른 약대생들은 질투심에 활활 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전약제에 온 대부분이 허신을 보러 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몇몇 여자들은 이미 끈적하고 노골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었고.
“어째 시선이 뜨겁네.”
허신은 그런 관심이 부담스럽기는 했으나,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차차 익숙해져야 할 시선이었다.
전약제의 오전은 보통 축구, 배구, 농구, 계주 같은 운동 시합으로 시작되었다.
며칠 전부터 치러졌던 예선전을 뚫고, 전약제 당일에는 하이라이트인 4강전과 결승만을 펼쳤다.
전국에서 나름 날고 긴다는 팀만 모여서 치르는 최강자전인 것이다.
그리고 그중엔 허신이 선수로 반강제로 참여하게 된 농구가 있었다.
“허신 쟤는 키가 몇인데 저렇게 덩치가 좋냐. 연구실에만 박혀 있는 놈이라고 하지 않았어?”
“흥! 그냥 그래 보이는데. 나도 저 정도 몸은 돼.”
“예, 마른 오징어 씨. 거울 한 번 보고 오고 말씀하시죠. 그래도 몸이 좋다고 농구를 다 잘하는 건 아니니까. 농구는 못 하겠지. 안 그럼 너무 불공평하잖아.”
상대팀은 허신이 농구만큼은 못하길 기도했다.
“허신 이겨라!”
“농구 이겨 주면 약대에 네 동상이라도 새겨 줄게!”
그리고 동기들과 후배들은 허신이 농구까지 잘하길 기도했고.
그렇게 경기는 시작됐다.
“헉, 헉, 여기로 패스해!”
“시간 별로 안 남았어. 막아! 신아, 저쪽!”
탕, 탕, 탕! 끼긱!
옆에서는 누구를 응원하는지 모를 환호성이 가득했고, 농구공이 튕기는 청량한 소리가 미끄러지는 운동화 소리와 뒤엉켰다.
남은 시간은 10초 남짓.
현재 점수는 65:64.
안타깝게도 허신이 속한 한국약대가 64였다.
허신의 이마에는 뜨거운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하아, 하아…! 오동재, 나한테 패스해!”
허신이 같이 농구를 뛰고 있는 오동재에게 손을 흔들었다. 오동재가 귀신같은 악바리로 상대팀에게서 겨우 공을 빼앗은 순간이었다.
“제기랄, 여기서 이걸 쟤한테…! 허신, 못 넣기만 해 봐라!”
오동재는 마지막 기회를 허신에게 넘겨야 한다는 것에 짜증을 내면서도, 온갖 정성을 다해 패스했다.
그렇게 허신에 손에 들어온 공은 1초도 머무르지 않고 곧장 코트를 반으로 휙 갈랐다.
저 멀리 보이는 골대가 촤악! 아주 깔끔한 그물 소리를 냄과 동시에 삐이이익― 경기를 끝내는 소리가 울렸다.
허신의 3점 슛 버저 비터로 완벽한 역전승!
“미쳤다, 미쳤어! 이겼다!”
“우승이다! 한국약대 첫 우승!”
팀원들이 허신을 중심으로 강강술래를 하며 물을 뿌려 댔다. 기쁨에 취해 눈물을 글썽이는 동기도 있었다.
우승 경품은 겨우 프랜차이즈 치킨집 열 마리 쿠폰.
별 볼 일 없는 우승 상품이었지만, 그저 강팀을 꺾고 우승을 한 것이 기쁜 듯했다.
평소라면 허신의 버저 비터를 질투했을 오동재조차 그저 승리했다는 쾌감에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물론 자기가 마지막에 도움 준 거라는 자부심은 잊지 않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동기들을 보니, 허신도 결국엔 같이 웃음이 터졌다.
“생각보다 재밌네, 전약제.”
해가 지자 본격적으로 잠들지 않는 무박 2일의 밤이 열렸다.
식순은 귀빈 축사와 출범식, 그리고 광란의 파티로 이어졌다.
조금은 지루한 축사를 읊어 줄 귀빈은 당연하게도 한명재였다.
“전국의 35개의 약대가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한 축제를 한국대에서 열게 되어 무척이나 영광스럽습니다. 위기는 희망의 불씨라지요. 비록 올 한 해가 무척이나 소란스럽고 위험한 시작을 맺었었지만, 현재 우리는 그것을 전부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다시 자라나는 머리카락처럼.”
몇천 명이 되는 전국의 약대 학생들 앞에서 한명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병원에서 본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한명재의 얼굴은 그때보다 훨씬 더 좋아 보였다.
한명재는 이 넓은 운동장 중에서도 특히 한국약대 쪽을 깊게 응시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