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하교시간, 00여자고등학교 앞은 교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젊음 하나로 얼굴에서 빛이 나는 여고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팔짱을 낀 채, 지루한 학교 수업에서 또 그만큼 지겨운 학원 수업으로 이동 중이었다. 그들의 입에서는 이동하는 사이의 짧은 시간을 일 초라도 허비하지 않으려는 듯 쉬지 않고 온갖 주제의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의 거리낌 없고 생기 넘치는 젊음이 학교 앞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에게도 옮겨져 잠시나마 학교 주위 전체를 쾌활한 분위기에 들뜨게 했다.'' 그러나 학교 앞 문방구 옆 좁은 골목에서 검은 색 잠바를 입고 벙거지 모자를 깊이 눌러쓴 한 남자는 이런 분위기에 전혀 동화되지 않은 듯, 초조한 기운을 감추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던 까만 비닐봉지를 더욱 움켜쥐었다. 한참을 골목에서 웅크리고 서있던 남자는 마지막으로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와글거리며 지나가자 서서히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문방구에서 학용품을 사가지고 나오는 두어 명의 학생들과 건너편 분식집 앞에 몰려있는 대여섯 명의 손님들만 보일 뿐, 언제 그 많은 학생들이 지나갔냐는 듯 주위는 잠잠했다.'' 그러다 남자의 시선은 그제야 교문에서 나오는 두 여학생에게 가 꽂혔다. 한 명은 상큼한 커트 머리에 동그란 눈이 총명하게 빛나고, 또 한 명은 탐스러운 긴 머리를 단정하게 묶어 반듯한 이마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두 학생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남자의 음산한 눈이 불길하게 번들거렸다. 그 여학생들이 주위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재잘거리며 남자 앞을 지나가자 그는 비닐봉지 안에 있던 유리병의 뚜껑을 열면서 그들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 저벅저벅……. '' 무거우면서도 뭔가 불안한 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안 들리는지 그 여학생들은 그저 자기들만의 얘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바로 뒤에서 질척하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에 커트 머리 여학생이 마침내 뒤를 힐끔 돌아봤다. 남자의 음침한 눈과 마주친 그녀는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친구의 팔을 잡아당기며 발걸음을 빨리 했다. 아직 상황을 파악 못한 긴 머리 소녀는 영문도 모른 채 친구를 따라 급하게 발을 옮기고 있었는데……. '' 그 순간, 남자는 유리병에 들어있던 말간 기름 같은 액체를 긴 머리 소녀의 등을 향해 확 뿌렸다. '' “아아악!”'' 머리카락이 온통 곤두설 만큼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공기를 찢어놓았다. 소름이 끼치도록 처절한 비명 소리에 분식집과 문방구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모두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들 앞에 펼쳐진 악몽 같은 장면은……피시식 소리를 내가며 녹아 가는 교복 사이로 벌써 뻘겋게 익어버린 등을 드러낸 한 소녀가 길바닥에서 고통에 뒹굴고 있는 처참한 모습.'''''''[2] 레이더망에 걸리다''[3] 룰은 어기라고 있는 것''[4] 날개옷을 내주다''[5] 용호상박(龍虎相搏)''[6] 부서진 우리 젊은 날''[7] 마음이 동하는가''[8] 맞대결''[9] 꿈속의 그대와 나''[10] The Windy City''[11] 마음껏 사랑해봐……그리고 돌아와''[12] 억지인연''[13] 비류(飛流)에 휩쓸리다''[14] 선택의 기로''[15] 불신(不信)''[16] 믿음이란''[17] 부모 이기는 자식''[18] 사랑에 목숨 걸다''[19] 파혼''[20] 사랑을 위해서라면''[21] 나를 안아주는 그대''[22]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