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귈래요? 나 유채 씨 좋아합니다.”'세계 최고의 요리 전문 기관인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ue Paris) 출신의 촉망받는 헤드 셰프, 요리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남자답고 훈훈한 외모로 호텔 내 여직원들, 특히 프런트의 심 모양의 추파를 한껏 받고 있는 그 남자 최무형 셰프.'홀 담당 캡틴 박유채의 로맨스를 채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프런트 심 모양의 말로는 비 오는 날 밖에서 보면 딱 섹시한 외국 배우를 닮았다고 하는데 그 정도의 퀄리티는 아닌 것 같고, 그래도 어디서 치일 외모는 아니다. 키도 크고 눈빛도 맑고 짧게 깎은 머리카락은 사내다운 생김에 꽤나 잘 어울렸다.'언제부터 이 남자가 자신에게 음심……, 아니 흠모의 마음을 품고 있었을까?'유채는 잠시 최 셰프를 바라보다가 생그르르 웃었다. 그 미소에 최 셰프의 다소 긴장해서 굳어 있던 얼굴이 봄기운에 녹아 가는 얼음처럼 사르르 풀렸다. 그 반응을 보니 또 나름대로 귀엽기도 하고.'최 셰프는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자신이 사귀고 싶은 여성인 유채를 바라보았다. 한 올의 남김도 없이 깔끔하게 하나로 모아 고정시킨 검은 머리카락,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귀고리가 반짝반짝 빛을 내며 귓불에 고정되어 있었다. 새치름하게 다문 단정한 입술과 홍조가 도는 하얀 뺨.'외모도 외모였지만 저 단아하고 약간은 도도해 보이는 얼굴에 미소가 돌면 이미지가 백팔십도 바뀌곤 했는데, 바로 그 변화가 최 셰프의 마음을 흔들었다. 표정을 굳히고 있으면 약간 차갑고 무뚝뚝하게도 보이는 생김이 활짝 웃으면 마치 아이처럼 천진하게 바뀐다. 마치 옆집 여동생처럼 친근하고 귀엽게까지 느껴지곤 했다.'직장의 특성상 아름다운 여성이라면 1분에 한 번씩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곳이었다. 하지만 이 아가씨만이 언제부턴가 최 셰프의 시선을 끌었다. 그녀의 미소를 긍정의 표시라고 생각한 최 셰프는 곧 떨어질 허락의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미안하지만, 저는 싫은데요?”'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최 셰프가 기대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불시에 벼락을 맞기라도 한 듯, 설마 자신이 잘못 들었겠지, 라는 듯한 눈으로 최 셰프는 턱이라도 빠진 사람처럼 입을 딱 벌렸다. 그러다가 곧 표정을 수습하곤 항의하듯 중얼거렸다.'“그렇게 단칼에…….”'“이런 문제는 단칼이 좋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