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의 9월이 한층 짙어진 가을 향에 물들었다. 성하(盛夏)의 더위는 어느새 물러가고 밤낮으로 시원해진 바람이 서성을 가득 메운 주민들의 검어진 낯빛을 원래의 모습으로 돌렸다.'서성은 이맘쯤이 좋았다. 대륙의 한복판에 있는 창천국, 그 창천에서도 역시 한복판인 황도 화하 근처라 사시사철 온유하고 날씨의 변덕도 그리 크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서성의 가을은 화하에 소문이 날 정도로 특히 화려했다. 서성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대로를 따라 가득 심어 놓은 단풍나무들이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일제히 붉게 물들었고, 성읍 전체에 붉은 비단을 깔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진경에 일부러 화하의 귀족들이 서성으로 단풍놀이를 나오기도 했다.'그 서성을 물들인 알록달록한 단풍나무와 키 큰 은행나무들을 따라 마을 북쪽으로 올라가면 아담한 사합원(四合院) 주택이 하나 나온다. 정문 안쪽에는 입구 바로 앞에 액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도깨비 얼굴을 새겨 놓은 가리개벽을 세워 놨는데, 사합원 주택이 으레 그렇듯 그 뒤를 돌아 들어가면 정면에는 손님을 접대하는 응접실이 있고 마당의 좌우 양측으로는 집의 주인과 조부모가 거하는 정침(正寢)이 있다. 응접실을 지나 중문을 통과하면 그 뒤로 자그마한 정원이 나오며, 저택과 마찬가지로 자그마한 정원 한쪽에는 아담한 연못도 하나 있어 정원에 정취를 더하고 있는데, 연못 주변은 평소와 달리 약간 북적거리고 있었다. '연못가에 심은 버드나무 그늘 아래엔 술상이 놓여 있고, 등받이가 없는 걸상을 둘러놓았다. 모처럼 벌어질 주연을 위해 상탁엔 튀기거나 볶은 요리 대신 담백한 채소로만 안주를 꾸미고, 삶은 고기를 놓아 향미를 더했다. 아울러 상탁 한가운데는 뚜껑을 덮어 놨는데도 국향이 물씬 흘러나오는 국화주 주전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술상에 청신한 기운을 더하고 있었다.'이 집의 주인인 서성의 세사(稅使) 세사(稅使) : 세금 징수인' 송인주의 며느리인 휘련은 몇 번이고 부엌을 오가며 안주와 술을 나르고 있었다. 거창한 진연은 아니었기에 세 번째 쟁반이 도착하자 상차림은 모두 끝났다. 마지막 쟁반을 상탁에 내려놓고 적당한 곳에 접시들을 배치한 휘련은 진찬의 색깔과 향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가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