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 사이에는 어떤 위계질서보다 엄격한 서열이 존재하고 있다.'명예와 권위의 상징인 교수가 있는가 하면, 생사의 최전선에서 ‘3신’ 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가장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인턴이라는 제일 말단의 의사가 있다.'의대 6년을 마치고 의사국가고시에 합격을 하면 의사면허가 주어지기 때문에 의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1년간의 인턴과정과 4년간의 레지던트과정을 거쳐서 전문의 면허를 따는 게 대세기 때문에 90% 이상은 졸업 후 종합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 * * *''' “아가씨, 앞으로 고생이 많겠어요.”'S병원에서의 힘들었던 인턴 과정을 무사히 끝낸 혜림은, 3일 후인 월요일부터 같은 병원에서 일반 외과 전공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틀간의 꿈같은 휴가가 허락된 순간, 바쁜 인턴 생활을 하느라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빠 부부를 만나러 온 것이다. ' “가장 힘들다는 일반 외과를 꼭 가야만 했니? 그것도 여자가?”' “…….”'거실에서 언니 세희가 준비한 과일을 먹고 있던 혜림은, 오빠 도영의 책망 섞인 말에 순간 움찔했지만 못 들은 척 과일만 씹고 있었다. 혜림이 일반 외과를 선택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주변의 동기나 선배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었다. 심지어는 레지던트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교수님들도 같은 질문을 했었다.'' [그렇게 연약한 팔로 수술 어시스트나 제대로 할 수 있겠나?]' [만약에 합격을 한다고 해도 외과 전공의 60명 중에 여자는 혼자인데 견뎌낼 수 있겠어?]''인턴 성적이나 레지던트 시험에서 최상위의 성적을 얻었던 혜림이었지만 솔직히 면접에서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지금까지 S병원 일반 외과에 여자 전공의가 배출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5년 전에 여자 전공의 한명이 용감하게 들어왔다가 한 달 만에 포기하고 다음해에 수련하기 편한 안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 녀 성역의 벽이 무너지고 있는 요즘 시대에 여자라고 못할 일은 없다고 봅니다. 외과 전공의 과정이 힘들다는 건 이미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얼마나 견딜 지 한 번 지켜보자는 마음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혜림의 능력을 믿어 주셨던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어렵다는 S병원 일반 외과에 당당히 합격을 했다. '의대에서 6년 간 공부하면서, 그리고 1년간의 인턴 생활을 하면서 의대생들은 무슨 과를 선택할 것인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요즘은 전공의 생활도 힘들지 않으면서 개업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성형외과나 안과, 또는 피부과에 전공의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그래서 그런 과들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몇 번씩 떨어지기도 한다. 몇 번의 불합격을 경험한 지원자들은, 결국 다른 과를 선택해서 전공의 과정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