륜은 그녀를 데리고 안쪽으로 계속 들어갔다. 규모는 소운의 집보다 조금 큰 듯하며 아무것도 없이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것이 세월에 퇴색된 단청 색깔로 보아하니 예전엔 아주 화려했을 것 같았다.'“여긴 어디이옵니까? 아까부터 제 호기심만 자극하시고 어떠한 답도 주시질 않다니 참으로 미우십니다.”'소운이 륜을 살짝 쳐다보며 눈을 흘겼다. 허나 그런 소운도 륜의 눈에는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순간 그녀에게 재차 반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살펴보았다. 소운은 륜의 그런 눈길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붉어진 얼굴을 보이기 싫어 고개를 돌려 버렸다. 아직은 행월(杏月-2월)이라 바람이 찼지만 륜에게는 소운과 함께 이리 서서 저택 내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참으로 내가 미우냐?”'“네.”'“하하하 하하. 앙탈은.”'륜은 함박웃음을 터뜨린 뒤에 그녀를 끌어안았다. 손으로 머리를 부드럽게 쓸며 말하였다.'“이곳은 영왕부이니라.”'“영왕부라 하시면 륜 님의 사가가 되는 것입니까?”'“그렇지. 아직은 정비를 해야 한다마는 널 위하여 몇 곳을 더 증축할 예정이다.”'“증축이라니요?”'“그야 너와 내가 혼인을 하게 되면 너도 예서 살 것이 아니냐? 허니 조금은 정비하고 증축을 해야지. 물론 호부와 공부에서 알아서 할 터이지만 네가 살 곳이니 네 의견도 묻고 싶다.”'“참이십니까?”'륜은 소운의 물음에 그녀를 품에서 풀어 얼굴을 응시하였다. '“물론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너도 언젠가는 예서 살 것이다. 난 너와 예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구나.”'“허나 너무 크지 않습니까? 휑한 것이 보기 흉합니다.”'“그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구나. 황상께서 하사해 주신 것이라 말이다.”'“허면 이곳이 정비되기 전까지는 황궁에서 계속 기거하시는 겁니까?”'“그렇다. 허나 빨리 정비 될 것이야. 황후께서 날 빨리 내보내고 싶어 하거든.”'소운은 곧 자신이 살 집이라 생각을 하며 저택을 둘러보았다. 이 집 정원의 한쪽 수련장에서 륜과 륜을 닮은 사내아이가 무술 연습을 하고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의 석탁에는 따뜻한 차와 맛있는 다식, 그리고 그 옆에는 자신과 자신을 닮은 계집아이가 수틀을 쥐고 그들을 지켜보는 광경을 눈으로 그렸다. 상상만 해도 행복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옆에 서 있던 륜은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흐뭇한 미소를 띠고 있는 소운을 쳐다보며 자신도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