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놔요.”'“아니. 싫어. 놓지 않겠어. 네가 제정신을 차리기 전까지는 절대 놓지 않겠단 말이다.”'“미쳤군요.”'“그래, 미쳤다. 너한테 미쳐버렸다. 농담이라고 생각해? 장난이라고 생각하냐고.”'그의 눈동자가 이상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은 매섭게 날이 서 있었다. 항상 부드럽고 쾌활하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마치 딴 사람 같았다.'“내가 싫다면 이해할 수 있어. 그게 거절의 이유라면 좋아. 하지만 뭐, 사랑이 영원하다고 믿냐고? 어떻게 내게 그런 말을 해? 어떻게!”'민혁은 그녀의 몸을 마구 흔들었다. 그래선 안 된다는 마음의 소리가 귀를 울렸지만 따를 수 없었다. 오히려 핏발이 선 눈동자로 으르렁댈 뿐이었다.'“전에 했던 말들이 다 거짓이라고 생각해? 너한테 했던 말들이 다 거짓이라고 생각하냐고! 너만 바라보며 지금까지 견뎌온 나를 그 따위로 취급하니까 속이 편하든? 그래? 난 자존심도 없는 줄 알아?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내뱉었을 것 같아? 누군 이런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싶은 줄 아냐고!”'힘으로라도 억압하고 싶었다. 억지로라도 빼앗고 싶었다. 미움이라도 좋았다. 증오라도 상관없었다. 은우가 그만을 바라본다면 그 무엇도 상관없었다. 뒤흔들고 싶었다. 정제된 듯 고요한 그녀의 모습을 산산조각 내고 싶단 말이다!'“정신 차려! 네가 좋아했던 놈은 이제 다른 여자와 결혼했단 말야. 네가 아무리 기다려도 정환이는 돌아오지 않아. 네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남자는 널 버리고 딴 여자와 살림을 차렸단 말이다!”'“그만해요!”'은우는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바르작거렸다.'“이런다고 뭐가 달라지죠? 그런 말을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고요!”'“달라지지 않아도 좋아. 네가 정신을 차려서 그 녀석을 잊어버린다면 달라지는 게 없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