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하신다면서요?”'등을 지고 있던 그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그래.”'짧은 그 한 마디에 되레 그녀가 할 말을 잃었다. 무표정하게 그리 말하고 끝이라니 그녀로서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든 대답이었다.'“언제요?”'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건 곧 사그라질 것 같이 위태롭기만 했다.'“그래서 그랬던 건가?”'그는 대답 대신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오늘 이상했던 이유가 겨우 그거 때문이었던 거야?”'“겨우?”'“그래, 겨우. 겨우 그거 때문에 이상하게 행동했던 거냐?”'억지로 가장했던 활발함이 그새 빛을 잃어갔다.'“오빠에게는 약혼이 겨우 군요. 나한테는 참 놀라운 일인데 오빠한테는 겨우네요. 그렇게 간단하다니 참 놀라워요.”'들떴던 기분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건 순간이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표정 하나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술기운은 그대로였다. 놀리고 싶어 근질거리는 입술을 꾹 다문 채 그를 응시했다.'“꼬투리 잡지 마. 너답지 않게 왜 이래?”'이연은 저도 모르게 한 발 내디뎠다.'“나다운 게 뭔데요?”'“송이연.”'“도대체 나다운 게 뭔데요? 항상 참고 인내하는 게 나다운 건가요? 기혁 오빠가 보는 난 언제나 그래야 하는 건가요? 그런 난 당신이 약혼했다는 말을 남한테 듣고도 아무렇지 않아야 하는 건가요? 겨우라고 했죠? 당신은 왜 약혼했다는 겨우 그런 소식을 남한테 듣게 만든 거죠? 그게 오빠다운 건가요?”'기혁은 입술을 일그러트렸다.'“아직 날은 잡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