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이들이랑 있어?]'[아이들 다 가면 전화해.]'[오늘……우리 집에 와 있을래?]'문자를 보내온 이는 자신의 애인인 한승우.'다정다감, 성실함, 배려, 따스함, 이해심, 대체 이 남자에게 없는 것은 뭘까. 진아는 3년 가까이 변함이 없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보낸 문자를 보고 있자면, 항상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 남자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하고.'아니, 이 남자에게 단점을 꼽아보라고 해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찾아보자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봐도 마찬가지일 거다. 물론 무엇 하나 꼬투리를 잡아 비틀고 싶어도 그러기는 힘든 남자이니까.'진아는 휴대폰 슬라이드를 올려 메인에 뜬 승우의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시간이 지나 화면에 검은빛이 내리면 진아는 버튼을 눌러, 다시금 빛이 들어와 승우의 얼굴이 보이도록 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사진 속의 남자는 단정하게 다듬어 놓은 머리, 까만 눈동자에 그에 어울리는 선한 인상을 주는 눈매, 높은 콧대까지. 연예인처럼 멋지다고 하지는 못해도 단정하고 참하게 생겼다는 분위기를 풍겼다.'언제였지……? 언제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사진 속 배경이 영화관 같다. 익숙한 영화관의 로고가 얼핏 보였다. 그때서야 진아의 머리에 사진을 찍던 때가 떠올랐다. 아마 진아의 기억이 맞는다면 몇 달 만에 함께 보는 영화에 승우는 잔뜩 들떠 있었다. 같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승우가 진아를 향해 폰을 달라고 했을 테고, 아마 그때 승우가 혼자서 셀카로 찍은 것일 거다. 이때까진 상황을 유추했다면 마지막 하나만은 진아의 머릿속에 확실했다. 사진이 너무 잘 나왔다며 앞으로 휴대폰 메인은 이 사진으로 하자며 바꿨다. '아마, 저 행동들만 봐도 남자와 여자가 뒤바뀐 상황이다. 보통의 여자들이 애인을 향해 같이 셀카를 찍자고 하고, 잘 나온 사진을 애인의 휴대폰 메인으로 바꿨을 테다. 그러나 진아와 승우는 달랐다. 항상 승우가 먼저 제안을 해왔고, 먼저 행동으로 옮겼다. 그저 애인 사이에 당연한 행동이라 진아도 별다른 싫은 내색을 내지 않았다.'“……사랑해.”'휴대폰 메인 속 밝게 웃고 있는 승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아는 낮은 목소리로 수줍게 고백했다. 난생처음 사랑을 고백하는 사춘기 소녀처럼.'3년 가까이 연애를 해오면서 진아는 승우를 향해 사랑한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아니,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