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순백의 초대장'''' 하얀 깃털이 떨어졌다. 허공에서 내려오고 있음에도 물 속에 잠겨들듯 고요하게 허공을 유영하는 순백의 깃털. '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손이 일으킨 작은 바람에 깃털은 궤도를 벗어났다. ' “아…….”' 손길을 거부하고 날아가는 깃털을 보자 안타까움에 저도 모르게 한숨이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그 숨결은 깃털의 유영을 부추기는 바람이 되어 더 멀리 깃털을 날려 보냈다. '' 진서는 가만히 눈을 떴다. ' “또야…….”' 아직 시간이 이른지 사위는 어슴푸레했다. 어두운 방 벽에 진서의 목소리가 작게 울려 되돌아왔다. 한 두 번이 아니고 벌써 수 십 번 반복된 꿈이다. 이제는 그림을 그리라고 해도 선명하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짧은 꿈. ' 반 년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반복되어진 꿈은 늘 마지막에 이렇게 진서를 현실의 수면으로 잡아끌고는 끝났다.' 그리고 눈을 뜨는 시간은 이제는 확인하지 않아도 확신할 수 있다. 새벽 6시다.' 문을 열고 나가면 엄마는 학교도 안 가는 날 뭐 하러 일찍 일어났냐고 또 핀잔을 주시겠지. 하필이면 이놈의 꿈은 토요일 아니면 일요일에만 반복된다. 참 약삭빠른 꿈이기도 하지. 일찍 일어나야하는 월요일에 찾아오면 좀 좋아? 진서는 눈을 깜빡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방문을 열고 나가자 아니나 다를까, 엄마는 찌개를 끓이다 말고 진서의 기척을 눈치 채고 뒤를 돌았다. 국자와 숟가락을 양 손에 든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 “어머나. 딸! 이 시간에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일어나도 평일에 좀 일찍 일어나지 학교도 안 가는 토요일에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야?”' 역시. 예상과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대사에 진서는 피시식 김빠지는 웃음을 지었다. ' “아니 아니, 이런 발칙한 딸을 봤나! 모친이 말씀하시는데 대답은 안 하고 웃어?”' “발칙해서 그런 게 아니라, 자다 일어나서 이 모양인 거야.”' “그래? 그럼 들어가서 더 자. 가뜩이나 학기 초라 힘들 텐데.”' 힘든 건 사실이지만 학기 초라 힘든 건 아니다. ' 자꾸 똑같은 꿈이 반복되다보니, ‘이거 혹시 신기(神氣)의 일종인가? 나 무당의 자질이 있었나?’ 하는 종류의 조금은 황당한 고민과 스트레스로 힘든 거였다. ' 처음 한 두 번은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꿈이었다. 하지만 수 십 번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꿈을 꾼다면 이건 황당한 의심이라도 해볼 법한 일이 아닌가. ' 엄마는 멍한 진서의 상태를 보더니 진서의 눈앞에서 국자를 휘휘 저었다. ' “어이 딸. 안진서씨?”' 가볍게 뺨에 와 닿는 따뜻한 액체의 감촉에, 상념에 잠겨있던 진서는 기겁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엄마! 얼굴에 김치 국물 튀잖아!”' “그러게 누가 정신 놓고 있으래냐.”' 버럭 소리를 지르는 딸의 분노에도 방년 45세의 진현미 여사는 방싯 꽃웃음을 날리며 국자를 흔드는 여유를 보여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