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1.''''으리으리한 전통 한옥 집 대문 입구 흙바닥에 한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깔끔한 옷차림에 하얀 운동화를 신고 까만 머리를 다리 사이에 묻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여자 아이였다. 누구를 기다리는 듯 가끔 얼굴을 들어 대문 사이에 난 조그만 틈새로 들여다보고는 했다. 집안은 아이의 얼굴이 더 창백해질 만큼 지나치게 조용했다. 다시 머리를 다리 사이에 묻으려는 여자 아이의 귀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자 여자 아이는 눈빛을 흐리며 머리를 다리 사이에 조금 전보다 더 깊이 묻었다. 여기 올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고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이?”'“…….”'“야. 괴물?”'“…….”'“너 또 왜 왔어?”'“…….”'“아씨 재수 없게…….”'여러 명의 사촌 아이들이 여자 아이의 발치로 다가와 여자 아이의 발과 종아리를 툭툭 차대면서 웃고 있었다. 여자 아이는 그들의 난폭한 발길질에도 아무 반응 없이 다리 사이에서 머리를 들지 않고 그냥 앉아만 있었다. '“야. 우리 말이 말 같지가 않아?”'“…….”'한 사촌 아이가 옆으로 성큼 다가와 여자 아이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당겼다. 잡아당겨진 머리뿌리가 많이 아파 여자 아이의 눈에 눈물이 찔끔 맺혔다.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여자아이는 이를 꽉 물고 두 팔로 다리를 더 당겨 안으며 머리를 두 다리 사이에 딱 붙여 몸을 둥그렇게 말았다. '“저 괴물. 네 학교에 1학년으로 들어 왔다며?”'“이씨.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미치겠다.”'“왜?”'“야! 그걸 몰라서 묻고 있냐? 혹시 저런 괴물이 나랑 사촌이란 걸 애들이 알아봐라. 으이그.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저 괴물 공부는 잘 한다며?”'“아씨 안 그래도 며칠 전엔 우리 아빠가 저 괴물이랑 나랑 비교를 다 하더라. 저거는 아이들이 왕따를 시키니까 학교도 자주 안 오는데 시험만 쳤다하면 하나도 안 틀리니 저거는 진짜 괴물이야. 괴물.”'사촌 아이들이 여전히 여자 아이의 다리를 툭툭 차대며 괴물이라 부르고 있었지만 여자 아이는 아무 미동도 없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야. 파란 괴물? 머리 안 들어? 너 공부 좀 한다고 우릴 무시 하냐?”'“오호? 이래도 네가 머리를 안 드는지 두고 보자.”'사촌 아이들 중에 한 명이 어디에서 구해 왔는지 막대기를 하나 들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오고 있었다. 여자 아이의 앞에 딱 서자마자 막대기로 머리를 톡톡 내리치기 시작했다. 사촌 아이가 세게 내려쳐도 여자 아이는 다리 사이에서 머리를 들지 않았다. 사촌 아이들의 철없는 오기까지 더해지자 여자 아이의 머리를 내려치는 막대기의 강도는 거의 어른들이 내리치는 것과 맘먹을 만큼 소리가 커져서 집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었다.'“오호 이거 봐라? 더 버티겠다 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