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동상이몽(同床異夢)'나는 너를 꿈꾸고 너는 나를 꿈꾸니, 언제쯤 한곳에서 만나질까.'''1.''몸부림치던 첸의 몸이 굳어졌다. 그는 텅 빈 눈동자를 허공에 박고 뒤틀린 사지를 힘없이 바닥에 늘어뜨렸다. '“저리로 비켜라.”'문현이 곁에 있는 시녀에게 말하자 그녀는 첸의 곁에서 물러섰다. 문현은 허리를 굽히고 첸의 코끝에 손을 가져가 그의 숨결을 확인했다. 오랫동안 다이곤의 곁에서 첸의 기구한 인생을 봐 왔던 터라 문현의 마음속에 연민의 감정이 들어찼다.'“가엾구나.”'그는 미간을 꿈틀거렸다. 그러나 이내 정색한 얼굴을 하고 주위에 위립해있는 무사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두 사람은 용양군의 시체를 들고 나를 따라오시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곧 전각을 샅샅이 뒤져 몸을 숨긴 귀인을 찾아내시오. 혹여 귀인을 찾지 못하는 날엔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소이다.”'문현의 명이 떨어지자 무사들은 설화를 찾기 위해 분주한 발걸음으로 그녀의 처소를 빠져나갔다. 잠시 후 두 명의 무사들이 첸의 시체를 들고 나가고 마지막으로 문현이 처소를 훑어보고 방을 나섰다. '깊은 적막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휘는 더 이상 설화를 결박하지 않았다. 그에게 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설화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멍한 시선으로 자신의 옷깃을 검붉게 적시고 있는 첸의 핏물을 바라보았다.'“그만 나와라.”'침상 아래를 빠져나오며 휘가 말했다. 그는 주위를 경계하며 방문 밖을 살폈다. 횃불을 앞세워 전각 곳곳을 살피던 무사들이 전각을 떠나가자 그는 침상 아래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어서 나오란 말이다.”'그는 침상 밑에 돌처럼 굳어있는 설화의 양 어깨를 잡아당겼다. 큰 힘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설화는 맥없이 그의 손끝에 딸려 침상 밑을 벗어났다. 사람의 몸이 어찌 이리 가벼운 것일까? 휘의 미간에 주름이 그려졌다. 낙엽처럼 가벼운 그녀의 무게가 그의 심장에 묵직한 파장을 일으켰다. '“정신 차려.”'휘는 넋을 놓고 있는 설화에게 말했다. 그녀의 창백한 안색이 그의 마음을 휘저었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서둘러 설화의 손목을 잡아끌던 휘는 문득 말을 멈추고 말았다. 설화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그의 심장을 얼렸다. 용양군을 위해 흘리는 눈물!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내를 위해 시린 눈물을 흘리는 설화의 모습을 휘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넋을 놓고 앉아있는 설화의 얼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제발! 제발 내 앞에서 다른 사내로 인해 눈물 흘리지 마. 다른 사내를 향해 웃는 것만큼 다른 사내로 인해 흘리는 눈물 또한 내가 참아낼 수가 없단 말이다. 내게만 웃고 나로 인해 슬퍼해라. 나로 인해 수치스럽고 나로 인해 행복해라. 너는 나의 누이, 나의 어미, 너는 나의 조국이며 나를 이곳까지 내친 칼날이다. 너로 인해 내가 죽었고 그로 인해 이렇듯 잔인한 사내가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 감히 내 앞에서 용양군에 대한 연모로 눈물짓는 일 따윈 하지마라. 이제부터 너는 내 것이다. 이제 너는 내가 살라 하면 살 것이고 내가 죽으라 하면 죽어야 할 것이야. 나로 인해 네가 웃을 것이며 나로 인해 네가 울 것이다. 네가 행복할 이유도, 또한 네가 절망스러울 이유도 오직 나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