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가림국 도읍지인 은주성의 한 외곽에 자리한 시끌벅적한 장터를 여덟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웬 꼬마아이 둘이가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한 아이는 예쁜 얼굴을 했으나 사내옷차림이었고 또 다른 아이는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아이였다.'사내아이는 시전 곳곳을 다람쥐처럼 쪼르르 쫒아 다니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 뒤를 종종걸음 치며 따라 다니는 계집아이는 지친 기색이 완연한 얼굴이었다.'“얘 저기 좀 봐! 해연아, 길고 나뭇가지 같은 게 막 살아서 꿈틀거리네!”'사내아이가 계집아이를 향해 소리쳤다.'저만치 높다란 단상위에 올라 한 땅꾼이 뱀을 만지고 있었다.'그 주위를 사람들이 빙 둘러 서서 구경하며 낄낄거리고 있었고 사내아이는 눈을 빛내며 인파사이를 비집고 끼어들었다.'“자, 여러분. 여기를 보시라! 머리에서 발끝까지 길쭉하고 튼실한 것! 요것이 무엇이냐 하면, 배암이여. 배암. 한밤중 오줌이 안 나와서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분, 일단은 이걸 한 번 푹 달여 먹어봐, 찔찔 고드름 물 떨어지던 오줌보가 폭포수처럼 쏴 하고 뚫려! 밤이면 밤마다 마누라가 무서워서 바들바들 비지땀을 뻘뻘 흘리는 분, 이걸 한 번 잡숴 봐. 하루에 세 번은 끄떡없어! 자, 만고의 영약, 이름하야 생사탕,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닙니다.”'“정말 하루에 세 번은 너끈한 것 맞소?”'“이 양반이 속고만 살았나? 거 오늘 당장 이 놈 한 마리 뚝딱 해 잡숴봐. 낼 아침 밥반찬이 달라질 테니!”'사내들의 대화 사이로 구경꾼들의 입에서 왁자지껄 너털웃음이 쏟아져 내렸다.'“해연아, 이게 바로 그 뱀이라는 건가 보네. 야, 정말 신기하다! 저것 봐 작대기만한 것도 있어!'뱀이 우글거리며 가득 들어앉은 쇠로 만든 그물망 안을 들여다보며 사내아이가 신기한 듯 흥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해연이란 계집애는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비늘을 번득거리며 꿈틀 꿈틀대는 뱀의 몸통도 비위 상했지만 날름거리는 길고 시뻘건 혓바닥이 너무도 징그러웠기 때문이다.'“난 너무 징그러워. 아, 토가 나올 것 같아.”'금방이라도 욱, 하고 토할 것 같은 얼굴로 계집아이가 인파들 밖으로 몸을 물러났다.'땅꾼들 두 명이 뱀을 들고 단상위에서 장황한 연설을 늘어놓고 있는 참에 사내아이는 어른들 사이를 뚫고 좀 더 가까이 망 안으로 다가섰다.'뱀의 갈라진 빨간 혓바닥이 화살촉 같아서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그렇게 여태껏 말로만 들어왔지 실제로는 처음 본 뱀이란 동물에 정신이 팔린 아이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가마득히 모르는 채 뱀에게로 바짝 다가섰다.'“어라, 이건 아기 뱀인가 보네. 우와 색깔도 울긋불긋하게 예쁘잖아!”'동글동글한 눈동자를 굴리며 잔뜩 호기심을 드리우곤 사내아이가 회색 바탕에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 작은 뱀에게로 손을 뻗치는 순간이었다.'“위험해!”'누군가 손가락이 뱀에게 막 닿을락 말락한 아이의 허리를 질끈 끌어당겼다. '사내아이는 깜짝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저를 뒤에서 보듬고 있는 사람은 몹시도 아름다운 얼굴의 한 소년이었다.'열 두셋 살쯤 되었을까?'
.jpg)
메뉴
로망띠끄
로그인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