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황후 자리를 비워 둘 수는 없었다. 대신들은 현비인 개리를 적극 추천한다.
하지만 정작 황제인 언은 개리가 꼴도 보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다.
아비는 은나라의 덕을 대표한다 소리를 들을 만큼 훌륭한 인품으로 칭송받고 있건만,
어찌 하나뿐인 딸 개리는 고 모양 고 꼴인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제위를 물려주고 떠나 버린 아비의 말이 언의 발목을 붙잡았다.
정녕으로 사랑하는 여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개리를 황후로 맞으라고.
“분명 말하였지, 언제든 황후 자리는 바꿀 수 있다고.”
조금도 더럽혀지지 않은, 지나치게 새카만 눈동자가 언의 입술에 고정되지 못하고는 세차게 흔들렸다.
“네게는 황후의 자질이 없다.”
고요히 뱉어져 나온 말에 깃들어 있는, 이미 확정이 되었다는 기운에
개리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야 말았다.
“네게는 과분한 것이었음을 이제는 확실히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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