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추억 따위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6년 만에 찾아온 휴가를 포기하는 ‘그’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끊임없이 그를 의심하는 ‘그녀’
“내게 사랑은 일시적인 유희야.”
밀어내도 다가오는 그녀를 떨쳐내야 했다. 하지만 끈질기게 따라오는 그녀의 눈빛을 떠날 수도, 남겨둘 수도 없는 현실에서 그가 피할 곳은 없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어둠의 그림자. 그 어둠 속에서 그녀를 무사히 지켜내야 한다.
그의 심장이 결국 그녀의 것이 된다 하더라도!
-본문 중에서-
“단홍에게서 뭘 받았다고 하던데?” 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뭘요?” 그러자 새라가 뒤를 돌아보며 조용히 말했다. “귀걸이요.” 현진은 그제야 아, 하는 소리를 냈다. “그게 왜요?” 그의 눈길이 그녀의 귀로 향했다. “안 했군.” “들어가기 전에 할 생각이었어요.” “이리 줘.” 그가 손을 내밀었다. 현진은 왜 그러나 싶은 얼굴로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파우치 안에 있는 붉은색 케이스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달칵, 그가 케이스를 열어 귀걸이를 살피는가 싶더니 손가락으로 그걸 집어 올렸다. “도대체 왜……?” 쉿. 순간 그가 소리 없이 손가락을 자신의 입술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현진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황당했다.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그가 뚫어지게 응시하는 귀걸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냥 평범한 귀걸이였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이상한 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새끼손톱만한 큐빅 속에 뭔가, 머리카락보다 가는 실이 보였다. 현진은 눈을 가늘게 좁혀 그 희미한 뭔가를 주시했다. 그가 가만히 귀걸이를 들어 케이스 안에 넣었다. 그런데 정말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귀걸이 안에 보이던 가느다란 실이 사라진 것이다. 누가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신기했다. “사람의 체온에 닿았을 때만 작동하는 도청장치야.” 도청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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