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네 집에 두 아들과 한 명의 딸이 있다더라.
그 중 이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다정한 둘째 아들 주형.
그러나 이나의 마음을 담은 러브레터는 무시무시한 첫째아들 건호의 손에 떨어지게 되는데…….

주인 잘못만난 러브레터의 행방은?!

* * *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나를 흘깃대며 지나갔다. 요리를 제외하곤 신경이 둔한 이나라지만 이목이 집중되는 것까지 모르진 않았다. 아무래도 운동을 하는 그들이 보기엔 이 시각에 화사한 봄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여자는 재미있는 구경거리인 듯 했다. 
이런 곳에서 고백이 가능할까. 
이나가 심각하게 고민할 때 또 한번 어디선가 으하합! 하고 기합소리가 들렸다. 

“하아, 진짜.”

이제라도 약속 장소를 바꾸고 싶지만 주형에게 연락할 방도가 없었다. 이나는 일부러 지금껏 휴대폰을 개통하지 않았다. 혹시나 자신의 고백을 주형이가 휴대폰으로 거절할까 싶어서. 
이나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7시다! 

“후우.”

갑자기 심장이 꽉 조여들면서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무서워서 좌우를 살펴볼 수도 없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고를 때였다. 시야 끄트머리로 다가오는 한 남자가 보였다. 이나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고개를 돌려 남자의 얼굴을 확인해야 하는데 뒷목이 뻣뻣해지고 눈앞에 검게 변했다가 하얗게 변하는 등 난리를 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닌가 싶을 즈음, 남자가 이나의 앞에 딱 멈춰 섰다.

“윤이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이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낮고 힘 있는 목소리. 뭐든 맡겨도 좋을 것처럼 든든한 그 목소리를 음미하던 이나가 뒤늦게 살짝 얼굴을 구겼다. 주형의 목소리가 이랬던가. 그는 조금 더 가볍고 부드러운 톤의 목소리였는데.
거짓말처럼 이나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이제 막 동이 튼 아침 공원의 풍경을 배경으로 남자가 서있었다. 
깔끔한 수트 차림에, 바지에 손을 찔러 넣고 선 자세가 치명적으로 멋있게 보이는 남자. 눈이 마주치면 여태껏 지은 죄를 술술 고해바쳐야할 것만 같은 남자였다. 남자는 근사하고, 치명적이지만, 여기 나타나서는 안 되는 남자였다. 
꿈인가. 
이나가 제 눈을 의심했다. 

“윤이나.”

그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을 부른 순간, 이나는 꿈이 아님을 확신했다.
확실했다. 
유건호. 그가 이곳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