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허영과 사치는 그녀와 어울리지 않았다.

이치에 맞지 않는 큰 것을 욕심내어 본 적도 없었다.

행복하기만 하다면 소박하게 살아가도 바랄 것이 없었다.

그랬던 그녀의 삶에 차강현이라는 한 남자가 뛰어들면서

모든 것이 뒤엉켜 버리고 말았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한 남자를 욕심낸 죄로,

또 그를 너무 깊이 사랑한 죄로

그녀가 받아야 하는 고통과 시련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졌다….

* 또다른 사랑, 미니 단편 <애후(哀後)> 수록!

▶ 잠깐 맛보기

“그래. 그런데 넌 내가 들어오지 않길 바라겠지?”

말을 걸자마자 시비조로 대응하는 강현 때문에 지수는 몰래 한숨을 삼켰다. 희미한 알코올 냄새에 지수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이젠 내 말을 듣기도 역겹다 이건가?”

“당신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속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래요.”

힘이 없는 지수의 목소리에 강현은 부릅뜬 눈을 풀며 그녀를 살펴보았다. 어딘가 아파 보이는 얼굴이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얼굴은 둘째 치고라도 퀭해 보이는 눈이 그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함께 웃던 놈이 누구냐고 다그쳐 묻고 싶었지만 알량한 자존심이 그를 막아 내고 있었다. 자신의 속 좁음을 드러내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고 안도하면서도 강현은 화가 났다. 어린 아이처럼 왜 내게는 웃지 않느냐고 억지를 부리고 싶었지만 꾹꾹 내리눌렀다.

“어디 아픈 거야?”

“아니에요. 저녁 먹은 게 체했나 봐요.”

“먹는 것도 새 모이만큼 먹으면서 체할 게 있다니 신기하군.”

걱정스러운 눈빛과 달리 강현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일이 힘들어서 그런 거 아니야? 그놈의 구멍가게 당장 관두라고 했잖아.”

“힘들지 않아요. 하는 일도 별로 없는데….”

“들어가. 내 눈 앞에 보이지 않게.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 널 밤새 가만 두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사라지는 지수의 모습을 보며 강현이 소리 없는 웃음을 삼켰다.

‘빌어먹을! 꼴좋다.’

* 이 전자책은 2004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후애 1,2〉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