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이 수놓아진 검은 천으로 항상 얼굴을 가리는 문자공주 김영화. 
금성 안에는 `추녀`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무예가 출중하고 남자다운 용모를 지닌 헌안왕의 서자 궁예와 곱상한 외모의 문인 김응렴.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질투심이 많은 화란 공주 네 명의 인물이 펼치는 로맨스 판타지.

-본문 중에서- 


영화는 이 사내의 두 눈에 집중했다. 그의 한쪽 눈은 시력을 잃어서 옅은 회색이었다. 한쪽 눈이 완전히 시력을 잃어 영롱하지 못한 눈빛을 지녔다. 영화가 자신의 눈을 집중해서 쳐다보자 궁예는 기분이 언짢았다. 

“나는 금성의 상장군인 궁예이다. 실례지만 어찌하여 성골만이 지니는 징표를 그대가 가졌는지 궁금하오.”

“실례되는 말인 줄 알면서도 실례를 하는 것은 상당한 무례지요. 설마 소녀가 성골의 물건을 훔치기라도 했단 말이옵니까?”

영화는 당돌하게 말했다. 

그러자 궁예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헛하게 웃었다. 궁예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자신한테 당돌하게 말하는 영화에 대해서 몹시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부드럽고 담담한 어조로 영화에게 물었다.

“당신의 정체는 무엇이오?”

“방금 전 당신이 상장군 궁예라고 했나이까?”

영화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었다.

“그렇소!”

“그렇다면 헌안왕 전하에게 두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아실 테지요. 당신 역시도 전하의 아들이시니 말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