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기이하고 이상한 임금이 하나 있다네. 늠름하고 잘생긴 그분은 민심을 돌보고 백성들의 고충을 헤아려 주는 현자이네만. 아직 원자는커녕 공주, 옹주도 씨가 말랐지.”

몇몇 아낙네들이 웅성웅성하자 그는 히죽 웃으며 짓궂게 말했다.

“아랫도리가 고장이나 사내구실을 못한다는 말이야.”

“어머나!”

노골적인 말에 얼굴을 붉혔지만 흥미로운 듯이 귀를 기울였다.

“임금의 자리에 오른 지는 벌써 아홉 해. 숱한 미인들이 치맛자락을 나풀거리는데 한 번도 꽃샘에 묻어본 적이 없다고 하지.”

“어찌 그럴 수 있나?”

“그렇지. 정력이 왕성한 보령에 결코 불가능한 일이지. 그래서 이 기이한 임금님에게는 유별난 성벽이 있다는데…….”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