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한 군주의 나라 은제국.
아름다운 여황의 나라 송제국.
교활한 외교의 나라 문제국.

웅장한 태산을 둘러싸고 있는 세 나라.

오직 어머니를 죽인 자들을 향한 복수심에 차 있는 은제국의 군주 은사륜.
오직 여황의 자리를 되찾기만을 바라고 있는 숨겨진 여황의 마지막 핏줄 송초현.
누이가 여황의 자리에 오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가 된 사내 송무현.
모든 것을 잊고 봉의공녀로서의 삶만을 원하는 가녀린 여인 진소하.

네 남녀가 엮어가는 슬픈 사랑의 대서사시.


<본문 중에서>

“이런 내가 놀라게 했군. 미안해.”
그러나 사륜의 말투에서 미안함이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초현은 그 와중에도 얼른 사륜의 손에 들린 천을 빼앗아 몸에 감고 물속으로 쑥 들어갔다.
“도, 도대체 어찌 여기에 계신 겁니까?”
“할 말이 있어 왔더니 자리에 없었던 사람은 그대야. 나는 여기서 조용히 기다린 것뿐이라구. 사람이 있는지조차 살피지도 않고 그리 옷을 다 벗어 버린 그대의 탓 아닌가?”
“아무리 황제라 하여도 남의 처소에 함부로 들어오시는 것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지요. 어서 나가십시오.”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은 잘 알 테지.”
사륜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욕조에 담긴 그녀의 새하얀 몸을 내려다보았다. 드문드문 떠있는 새빨간 꽃잎들이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몸을 지켜주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도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나가 주십시오. 옷을 입고 다시 뵙겠습니다.”
“아니, 나는 이 광경이 참으로 마음에 드는군.”
“폐하.”
초현은 짜증이 나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사륜은 미소만 짓고 서 있을 뿐이었다. 그의 미소가 더욱 그녀의 화를 부추겼다.
“도대체 제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그대가 내 말을 고이 듣지 않으니 설득하러 왔을 뿐이다.”
“절대 폐하의 후궁이 되는 일은 없을 거라 했습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대를 황비로 맞을 것이다.”
사륜은 침상에 놓인 초현의 옷을 가지고 와 펼쳐 들었다.
“이제 그만 나오지?”
안 그래도 욕조에서 나가야만 했다. 온도가 높은 물 탓에 그녀의 몸이 거의 익어가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주십시오.”
“황제가 이러고 있는 것만으로도 황감해야 할 터. 그 여린 몸이 다 익어 버리기 전에 나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 필명 ; 정 운.
* 활동 닉네임 ; 유리포시.
* 활동무대 ; 로망띠끄.
* 거주 ; 해운대 바닷가.
* 쓴 글 ; 사랑하기 좋은 놈 (로망띠끄 이북 출간)
* 메일 ; won00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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