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학회 과장 김가영(40살), 맹물 같은 삶이 골드 미스가 될 때까지 변함없다. 귀찮은 거 싫어하는 그녀에게 한 남자가 나타났다. 

이 남자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이사 왔나? 엄마한테 이야기 못 들었는데……. 누구지?

지금의 관심은 이성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 단순히 낯선 이에 대한 호기심이라고나 할까? 절대로 굶주린 노처녀의 주책은 아니었다. 

K대학교 교수 임하리(38살).

연구실에서 그녀를 유심히 보니 예를 갖추고 있으나 그녀에게서 약간의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죄송합니다.’도 변명하기 싫어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속내는 귀찮아서 빨리 끝내려는 의도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는 나만의 짐작일 뿐…… 이었는데 짐작이 넘쳐 입 밖으로 나갔다. 도발적일 수 있는 내 반문에 당황한 시선이 찻잔 속으로 피해버렸다. 늘어진 고무줄 같은 모습이 보기 싫어 당기면 ‘팩’하고 반응하는 그녀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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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와 들꽃 향은 어울렸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맡는 신선함과 세월을 이겨낸 원숙미의 어우러짐이 나를 자극시킨다. 

소파에 앉아 일하는 것이 불편해 보여 미안했다. 

미리 생각했어야 했는데…….

지나가던 학생과 책상을 옮겼어야 했는데, 그녀 발목이 삐끗했다. 업히라고 했더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옥상에서 곧잘 들리던 하나 둘 셋을 외쳤더니 팔이 어깨에 얌전히 닿는다. 

오호, 비밀번호!

놀랍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왠지 모를 희열감에 온 몸이 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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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켜쥔 손이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 간당간당하게 경계선을 지키고 있는 주먹을 뚫어지게 보고 있으니깐, 그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내 입가를 닦아주었다. 그러고는 손을 잡더니 빠르게 엘리베이터까지 끌고 갔다. 

“어디 가는 거예요? 우리, 아직, 넘 일러요.”

열린 문 사이로 나를 밀어 넣은 그가 엘리베이터 밖에서 손을 흔들었다.

“잘 자요.”

문이 닫힐 때까지 미소 지어 주는 그와 대조적으로 나는 민망함에 얼굴이 빨개졌다.

방에 들어오니 술에 취해 널브러져 씻지 않고 자고 있는 최 간사가 있었다.

띵 동. 그의 문자다.

-오늘만 참겠습니다.

붉어진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안 참아도 되는데…….

목차

엉덩이에서 나오시죠 1-3

죄송합니다 씨 1-3

하나 둘 셋 1-2

항복입니다 1-2

잘 알지도 못하면서 1-2

애인사이 1-2

폭죽놀이 1-2

부끄럽지 않습니다 1-2

전원이 꺼져있습니다 1-2

페어플레이 1-2

뽀글뽀글 1-2

다정한 무관심 1-2

사랑니 뽑기 1-2

둔탱이 1-4

나 좀 안아줘 1-2

이건 반칙이야 1-2

부부사이 1-2

외전- 그 남자 이야기

[출간작]

내 나이가 어때서

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