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

복숭아 나무로 둘러싸인 항주의 도호장에 은거한 검우와 유하.

세상과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더욱 단단히 결속되어지는데……. 그런 나날 중 먼 북쪽에서 한 사람이 찾아온다.

본가의 연락에 검우는 들은 척도 하지 않지만, 유하는 불길한 예감에 악몽을 꾸고……, 결국 세상으로 다시 나오게 되는데…….

두 사람에게 닿아야 할 연이 뒤틀려 결국 위험 속으로 걸어들어가게 되니 세상이 다시 한 번 술렁거린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 서로 맞잡은 손이 떨어지게 되고…….

-본문 중에서-

유하! 유하!

불길한 느낌에 검우는 경공의 속도를 더 높였다. 분명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건만, 왜 이리 좁혀지지 않는단 말인가. 분명 아내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였다. 다급함과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음성.

눈앞을 막는 나뭇가지를 단숨에 지나쳐 몸을 날렸다. 은은하던 달빛마저 검은 구름 속으로 사라져 산속의 괴괴한 어둠만이 사방에 가득했다. 음울하게 짙어진 숲 그림자가 불안의 전조처럼 그에게 다가왔다.

우랑.

머릿속으로 직접 들려오는 심어.

감사합니다. 많이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기다리시는 김에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머…… 부탁…….

머릿속에 들린 신조의 소리에 검우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한 걸음 다가갔다 강한 기의 바람에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우아한 목을 위로 틀어 올린 신조는 가로막혀 있는 동굴 천장을 부수며 위로 날아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