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탱자탱자 놀고먹던 배채라, 졸지에 아르바이트라도 하지 않으면 굶어죽게 될 상황에 처하고 만다. 딸의 정신 상태를 뜯어고치기 위해 그녀의 모친이 모진 각오로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이 갑작스런 위기상황에 채라는 하필이면 이런 광고를 보게 되는데······.

‘주간 베이비시터 급구! - 출산. 육아 유경험자에 한함 (주부환영) -
일당 6만원 (초과 근무 시 잔업수당 지급, 휴일 근무 시 평일의 1.5배 추가 지급함.)’

일당 6만원이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눈이 홀딱 뒤집힌 채라는 ‘출산, 육아 유경험자에 한함.’의 조건이 결정적인 결격사유임에도 불구하고 ‘그깟 거, 했다 치고!’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간다.

한편 갑자기 떠맡은 어린 조카, 리노 때문에 베이비시터를 급구하게 된 하륜은 채라의 실체(?)도 모른 채 그녀를 덜컥 고용했다가 온갖 속을 다 썩는다. 뽑아놓고 보니 철딱서니 없지, 툭하면 일 쳐놓고 배 째라 식이지······.
게다가 나중엔 ‘출산, 육아 유경험자’ 인 그녀가 자꾸만 눈에 밟히기까지 하니, 박하처럼 쿨했던 총각 사장님의 일상에 파란이 인다.

“배째라 씨!”
“이쁜 누나!”
“아, 왜?”

못 말리는 베이비시터의 얼렁뚱당 위장취업(?) 스토리와 그녀를 사로잡으려는 절륜한 총각사장님의 파워풀한 러브게임, 그리고 그 사이에서 톡톡 튀며 깜찍한 매력을 발산하는 국민조카, 리노의 양념 같은 이야기가 지금부터 펼쳐집니다.


<본문 중에서>

“나 참! 스물 넷? ……배채라 씨는 앉을 것도 없습니다. 불합격!”
뭬야, 그냥 가라고? 불합격을 시키는 거야 제 마음이겠지만, 적어도 면접 보러 온 사람에게 기회는 주어야지. 없는 돈에 택시까지 타고 날아왔더니 싸가지 없이 쳐다보지도 않고 잘라? 뭐 이런 개떡 같은 인간이 다 있지?
채라는 나가라는 의미를 못 알아들은 척 또각또각 일부러 굽 소리까지 내며 소파로 다가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사장이라는 남자가 앉아 있는 자세와 똑같이 다리를 쫙 꼬고 앉아서, 그를 노려보았다…… 노려보았다…… 노려보았는데……. 헉! 이게 누구셔?
‘박하마트에서 애 잃어버려놓고 우왕좌왕했던, 그 시건방졌던 아빠라는 양반 아니셔? 이야, 혼비백산 망가졌을 때도 한 인물 하더니 갖춰 입은 모습은 더 죽여주누만!’
부르지도 않았는데 저벅저벅 다가와서 자리에 앉고는 불량한 시선으로 자신을 훑어보기까지 하는 여자의 모습에 기가 차서 가뜩이나 차갑던 하륜의 눈빛은 아예 딱 얼어붙었다.
“뭡니까? 불합격이라는 말 못 알아들었습니까? 다시 말해드리죠. 불.합.격!”
불합격이라는 말을 굳이 또박또박 끊어서 다시 확인사살해주는 사장을 향해 채라가 눈썹 끝을 들어올렸다.
“이봐요, 아저씨!”
빈정 상하라고 일부러 사장님 대신에 아저씨라는 호칭을 썼더니 예상대로 그의 한쪽 눈썹이 삐죽 올라가더니 이내 뱁새눈으로 그녀를 노려본다.
“아저씨?”
“네, 아.저.씨! 저는요······.”

인생은 유쾌 상쾌 통쾌해야 한다고 늘 부르짖는 사람.

그 노력의 일환으로 로맨스 소설을 쓰는 사람.

그러다 보니 듣게 된 ‘작가님!’ 소리에 소녀처럼 수줍어하는 사람.

하지만 아무도 없는 데선 ‘아뵤오~!’라며 기뻐 날뛰는 사람.

(ohwin0417@naver.com)

출 간 작 : 삼대(三代), 사악한 당신, 투명 립그로스, 못 말리는 베이비시터
출간예정 : 내 어여쁜 호박, 크라잉 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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