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처한 한 남자를 구하려다 칼에 찔린 윤희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이건 아니잖아.' 잠깐 동안 지훈의 몸에 들어가 좌충우돌 생활기를 겪으며 둘만의 달콤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달콤한 로맨스

-본문 중에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아침이 밝았다. 훤하게 방 안을 비추는 아침 햇살에 잠이 덜 깬 윤희는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순간 온몸이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지고 말았다.

‘이건 또 뭐지?’

몸의 중심부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기분, 태어나서 처음 느껴 보는 이상야릇한 기운에 놀란 윤희가 이불을 들치며 그 부분을 내려다보았다.

“으악!”

윤희의 비명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놀란 지훈이 방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야?”

“모, 몰, 몰라요. 이거, 이거 왜 이러는 거예요?”

“이거라니? 뭐가?”

“이, 이거요. 난 몰라.”

지훈은 윤희가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안 돼!”

순간 지훈은 외마디 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 여자에게 저런 것까지 설명을 해줘야 하나 싶은 생각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버릴 지경이었다.

“어떻게 좀 해봐요.”

윤희는 다급하게 지훈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지훈은 얼굴을 돌리고 개미만 한 목소리로 떨어지지도 않는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이게 왜 이렇게 된 거죠? 저는 그냥 얌전히 잠만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이상하잖아요.”

“남자는 다 그래. 그걸 꼭 말로 해줘야 알아? 성교육 시간에 안 배웠어?”

“배웠던 기억이 없어요. 그럼, 언제 또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거죠?”

“미치겠다. 진짜.”

지훈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질문을 늘어놓는 윤희 때문에 부끄러워 더는 듣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쌩하니 모습을 감춰 버렸다.

신기하게도 설마 했는데 지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 같던 남자의 중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본연의 자리로 자연스럽게 돌아가 있었다. 다행히 그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출근을 앞두고 남자로서 해야 할 일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변기 앞에 선 윤희는 잠시 망설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몸이 바뀐 후로 매번 화장실에서 빠짐없이 해온 고민 중의 하나, 앉아서 볼일을 봐야 할지 아니면 서서 봐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이 시간은 또 흘러가고 있었다.

‘어휴.’ 

정말 적응이 안 되는 몸이다. 여자와 남자의 몸이 다르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윤희의 머릿속은 아침부터 복잡하다. 적당히 볼일을 본 윤희는 밤새 자라난 턱수염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들이 광채 나는 매끄러운 피부를 만들기 위해 여자들 못지않게 얼마나 많은 노력해야 하는지 저절로 깨달음을 얻은 윤희다. 

미리보기글

회사에 취직하고 처음 있는 회식이라 늦은 시간까지 있다 보니 12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윤희였다.

‘아, 피곤해. 빨리 집에 가서 자고 싶다.’

시골에서 살았던 윤희는 어렵게 서울로 취직을 하게 되어 회사 근처 자취방에서 생활하며 만족스럽게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서 걸리는 시간이 20분 정도였기에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였지만 집 근처에 관리가 잘 안 되는 공원이 있어 가로등이 꺼져 있을 때가 많아 음침하여 밤늦은 시간 여자 혼자 돌아다니기에는 그리 좋은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윤희가 이 늦은 시간 이곳을 걸을 수 있는 용기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태권도 유단자로서 자신의 몸 정도는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윤희는 조용한 길을 걸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래도 오늘은 가로등도 켜 있고 나름대로 기분 좋게 공원을 지나갈 무렵 공원 안쪽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저절로 귀가 쫑긋거렸다. 

‘퍽퍽. 읔…….’ 

누군가 싸우는 소리가 윤희의 귀를 자극했다.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가려 했으나 자꾸만 들려오는 자극적인 소리에 신경이 온통 그곳으로 쏠렸던 윤희는 조심스럽게 공원으로 향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나무 밑에 무리를 지어 한 사람을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이 윤희의 시야에 들어왔다. 놀란 윤희는 우선 전화기를 꺼내 들고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의 위치와 상황을 설명하고 전화를 끊고 기다리려는데 다급하게 들려오는 신음에 망설이던 윤희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윤희는 겁이라도 주어 시간이라도 끌어 볼 생각에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하나 주워들었다.

“야! 거기 니들 너무한 거 아냐?”

“뭐야?” 

순간 무리의 시선이 일제히 윤희에게 향했다.

“치사하게 한 명을 상대로 여섯 명이나 덤비고 말이야. 창피하지도 않냐?”

“겁도 없이 이 시간에 아가씨가 끼어들 일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런 거 오래전에 땅속에 파묻었거든. 그러니 그냥 조용히 사라져 줄래?”

“뭐? 귀엽게 봐주는 것도 여기까지야.”

“누가 할 소리.” 

윤희는 갑자기 자신도 왜 이렇게까지 위험한 일에 끼어들고 있는가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듯싶었다. 이제 경찰이 빨리 오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무리 중 한 명이 윤희가 있는 곳으로 썩은 미소를 날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윤희는 가방을 살며시 옆에 내려놓고 여차하면 돌멩이를 던지고 싸움을 시작하려 했다.

“심심한가 본데 내가 놀아 줄 테니 저쪽엔 신경 꺼라.”

“누가 심심하데? 말귀 못 알아듣는 게 취미냐?”

“이게 어디서 건방을 떨고 있어!” 

성난 짐승처럼 눈을 부라리며 화가 난 사내는 갑자기 윤희에게 주먹을 날렸다. 윤희는 사내의 주먹을 살짝 피하며 손에 들고 있던 돌로 사내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읔.” 

사내가 옆구리를 잡고 바닥에 쓰러지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무리 중 두 명이 윤희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윤희는 주변을 둘러보며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만 바랐지만, 거친 숨소리 외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윤희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몸을 날려 그들과의 싸움에 휘말리고 말았다.

정신없이 맡고 때리고를 반복하던 사이 윤희는 사내의 손에 들린 불빛에 반짝이는 무언가에 의해 엄청난 고통이 밀려오나 싶더니 순간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에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를 끝으로 윤희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주변에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규칙적인 기계 소리가 정신을 깨우자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강하게 눈을 자극하는 빛 때문에 다시 눈을 감아야 했다. 너무나 눈이 부셨기에 순간 이곳이 천국인가 싶었다. 다시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보니 천장에 형광등이 보였다. 그리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링거액이 걸려 있고 규칙적으로 뛰고 있는 심장체크기가 눈에 들어왔다. 모든 것을 눈에 담고 나서야 윤희는 이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윤희가 눈을 뜨자마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괜찮으냐며 많이 아프진 않은지 물어왔다. 깨어난 윤희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의사가 다녀간 뒤 윤희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답답하여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옆구리에 강한 통증이 밀려오고 있었다.

“야! 가만히 누워 있어. 옆구리에 구멍 난 거 몰라?”

“뭐?” 

윤희는 순간 옆구리에 구멍이 났다는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지막에 느꼈던 고통이 칼에 찔려서 생긴 고통이었다는 것을 떠올리자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지금 주변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은 누구란 말인가. 전혀 모르는 인물들이었다. 혹 자신이 도와주었던 사람의 아는 사람들이 고마워서 찾아온 것으로 생각한 윤희는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저 말고 함께 있던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요?”

“뭐? 너 머리까지 다친 거야? 우리 사이에 무슨 존댓말이야? 그리고 그분은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 아직 깨어나지 못했나 보더라.”

“중환자실? 왜? 많이 다쳤나요?”

“너 구해 주려다 많이 다쳤나 보더라. 빨리 깨어나야 할 텐데. 그런데 너 왜 자꾸 존댓말을 쓰는 거야? 기분 나쁘게, 의사 선생님 불러와야 하는 거 아냐?”

“응? 저 아세요?”

“뭐? 너 농담하는 거지?”

윤희는 이상했다. 너무나 친하게 자신에게 말하는 이 사람들이 너무 이상했다. 그리고 많이 다쳤다는 그 사람도 궁금했다. 얼마나 다쳤기에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잠시 후 간호사가 들어와 주사 시간이라며 주위를 정리시켰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바지를 내리려 하자 윤희는 남자들 앞에서 어떻게 바지를 내리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저기, 주사 좀 맞게 나가 주실래요?”

윤희의 말에 그들이 배꼽을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윤희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왜들 저럴까 싶다가 문득 내려다본 자신의 커다란 손을 본 순간 너무 놀란 윤희였다.

“자, 잠깐. 저기, 간호사 언니. 거울, 거울 좀 볼 수 있을까요?”

“네? 거울요?”

“부탁이에요. 거울 좀 줘보세요.”

간호사는 갑자기 거울을 달라는 환자를 보며 머리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손거울을 건네주었다. 그 순간 윤희는 손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으악! 이게 뭐야. 어떻게 이런 일이. 내가 아니다. 누구의 몸이란 말인가……. 그날 그곳에서 영혼 이탈이라도 했단 말인가?’

윤희의 머릿속이 엄청난 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와 함께 찾아온 엉덩이의 차가운 주사약과 함께 윤희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목차

1. 뒤바뀐 영혼

2. 죄충우돌 생활기

3. 다시 돌아온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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