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인 척하는 그녀의 속사정을 알게 된 제우스.

영훈을 찍었다고 짐짓 큰소리쳤지만 실제 채희는 암 투병하는 자신의 어머니 뒷바라지에 연애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다만 평소 자신을 아껴 주던 병원장이 아들의 여성 편력을 없애 주는 조건으로 무료 진료를 제시했을 뿐이다. 이에 그녀가 영훈의 바람기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중, 그사이 깊은 정을 나누게 된 둘은 결국 결혼식까지 치르기에 이른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녀는 이 결혼이 병원장과 자신의 거래를 알고 그가 계획한 복수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데…

▶잠깐 맛보기

“당신 너무 많이 마셨어. 그만 해.”

영훈은 안주도 없이 술을 마시는 그녀가 걱정스러운 나머지 다그치듯 말했다.

“왜? 당신 인형은 술도 너무 많이 취하면 안 되나?”

“뭐?”

그녀의 눈빛은 이미 반쯤 취해 있었다. 쉽게 일어날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당신,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거 아니야. 당신은 부유한 부모 밑에서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자라서 모르지? 돈이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돈이 사람을 얼마나 추해지게 만드는지 모르지? 난 알아. 그것도 너무나 잘 알아.”

“우리 아버지한테 돈 받아 쓴 것에 대한 변명이라면 그만 해. 듣고 싶지 않아.”

“원장님? 그래, 원장님한테도 돈 받았지. 병원에서는 밀린 병원비 납부하지 않으려면 엄마 데리고 나가라고 하지, 카드 회사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빚 독촉이 끊이질 않지, 내 월급으로는 어림도 없었어. 그래서 원장님이 내민 손 잡았어. 그게 그렇게 잘못한 거야?”

그는 그녀에게 술잔을 빼앗아 자신의 입에 털어 넣었다.

“아니, 그 사이에 내가 끼어 있었던 게 잘못인 거지.”

“난 엄마가 잘못되게 놔둘 수가 없어. 흐흑…… 엄마가 떠나 버리면, 엄마가 가 버리면 나, 난 혼자야. 이 세상에 나 혼자라고! 혼자가 된다는 그 느낌이 얼마나 무서운지 당신이 알아? 아냐고!”

▶ 목차

1. 결혼을 빙자한 동거

2. 제우스의 첫사랑

3. 재회

4. 첫사랑

5. 첫날밤

6. 질투

7. 의심

8. 어린이날은? 그녀의 생일

9. 위기

10. 운명

11. 생각지 못한 일들

12. 혼자가 된 그녀

13. 꼬인 실의 매듭

14. 아내로서의 하루

15. 원 나이트 스탠드

16. 홀로서기

17. 그녀의 진짜 가족

에필로그

작가 후기

* 이 전자책은 2006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헤라의 계약〉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