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놈 침대에서 잠만 잤을 뿐인데 뭐, 결혼?

캐릭터 디자이너인 은경은 회사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자 미련 없이 사직서를 내고, 다른 회사에 입사 지원을 하여 당당히 합격한다. 그리고 며칠 후, 은경의 입사를 축하하기 위한 환영회식이 열리고 그녀는 자신이 입사했을 당시 일본 출장을 갔었던 개발팀의 꽃미남 실장, 산호와 인사를 나누게 된다. 그러나 여자를 싫어하기로 유명한 그가 괜히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 오자 은경은 그와 자존심 싸움을 벌이며 술을 마시고, 결국 만취한 그녀는 그의 침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

▶잠깐 맛보기

생각만으로도 악에 바치는지 은경이 독한 눈빛으로 샌드위치를 크게 한 입 베어 무는데 양반되기는 벌써 글러 먹은 백산호가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서 약 올리는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내가 처음부터 알아봤지만 최은경 씨 돼지띠지?”

“나, 돼지띠 아니거든요? 그리고 실장님이 그것까지 상관하실 건 없잖아요.”

“실장으로서는 상관할 일이 아니지만 돼지 같은 와이프를 데리고 살 수는 없잖아. 아무리 사랑이 없는 결혼이라고는 해도.”

“하, 걱정 마세요. 누가 실장님과 결혼해 준대요?”

“말은 똑바로 하지. 결혼해 주는 게 아니라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그러게 누가 내 침대에 와서 누우라고 했나? 누가 내 곁에서 잠자라고 했어? 난 최은경 씨한테 그래 달라고 부탁한 적 없어. 아니 나도 끔찍하게 싫어.”

“잘됐네요. 끔찍하게 싫은데 무슨 결혼이에요?”

“내 팔자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거지. 그러니 최은경 씨도 자연에 순응해.”

또다시 그들 사이에 강한 스파크가 지지직 소리를 내며 튀었다. 은경은 절대 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산호를 쏘아보았다.

▶목차

1. 스물아홉 살 백조의 하루

2. 젠장, 입술을 도둑맞았다

3. 백조에게 하늘이 내린 선물, 킹카

4. 포기라는 단어에 길들어져 가는 부모님

5. 키스 도둑과의 악몽 같은 재회, 불길해

6. 남자의 침대에서 낯선 여자의 숨결이?

7. 그놈의 복수는 철저했다

8. 하룻밤의 대가가 결혼? 말도 안 돼

9. 누가 이기나 해 보자고!

10. 최악의 생일 파티

11. 내 여자가 되어 줄래?

12. 할매, 내 색시 될 여자야!

13. 나…… 믿어 줄래?

14. 이 남자만 보겠습니다

15. 사랑은 서로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것

16. 남자의 왕년

17. 화가 나는 이유? 뭘까?

* 이 전자책은 2005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여자 결벽증인 그놈〉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