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볼 수 있는 엽(葉)이지만 한 사람에게는 귀한 난(蘭)인 그녀.

한성 기방 옥향루의 일패 기생 난엽. 고고하고 도도한 미색을 가진 그녀는 한성에 사는 남자의 애를 닳게 만드는 이였다. 남자에도, 권력에도, 혼란스러운 세상에도 모두 무관심해 보인 듯 했으나 실상 그녀의 가슴속에는 붉은 피가 한가득했다. 그렇게 가슴에 붉은 멍울을 가지고 있는 난엽은 오래 전부터 세운 계획을 실행하고자 경성 최고 권력자의 아들 경무국장 히로시에게 조심히 다가가고, 그런 그녀 앞에 어린 시절 동녀로 팔려갈 뻔한 자신을 구해 줬던 극이 나타나는데….

▶잠깐 맛보기

“이상하지? 네가 없어서 주위가 고요했다. 많이도 고요했어.”

“아직도 마음이 아프시나요?”

“네 위로를 받고 싶었다. 나를 위로해 줄 사람이 없다. 어디를 둘러봐도…… 없다.”

“조금만 눈을 뜨시면 보이실 것을요. 도련님 같은 분의 곁에 비천한 저밖에 없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너는 아직 나를 잘 모르는 것이다. 나는…… 최악이다.”

“도련님께서 어떤 분이시든 제게는 똑같은 영상이십니다.”

“그럼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다오.”

“어떻게 해 드려야 편안하시나요.”

극은 손을 뻗어 난엽의 뺨을 감싸쥐었다. 두 손으로 난엽의 뺨을 감싸고서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깊게 눌렀다. 극이 큰 몸을 숙여 난엽의 입술을 덮었다. 떨리는 입술이 곧 촉촉하게 젖었다.

▶목차

1장. 난엽(蘭葉)

2장. 가시는 듯 돌아오소서.

3장.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거울을 닦다

4장. 연(緣)의 굴레

5장. 혼돈(混沌)

6장. 상실 (喪失)

7장. 겐토우 준(げんとうじゅん)

8장. 자운영(紫雲英)

9장. 갈래갈래 갈린 길

10장. 뱀의 혀

11장. 산이 높아

12장. 각자의 길로

13장. 극한(極限)

14장. 허허로운 바람 소리

15장.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

16장. 광야(廣野)

17장. 격류(激流)

18장. 終, 그리고 새로운 시작

* 이 전자책은 2006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난엽(蘭葉)〉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