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의 천녀. 그러나 마음이 빈 채로 내게로 온 가련한 나의 여인아….

그녀를 독에서 구해 준 뒤부터, 아니 그녀가 위험에 처한 것을 본 순간부터 제윤의 마음에는 그녀로 가득해 있었다. 그녀가 종적을 감추고 사라진 뒤에도 계속.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욕심을 낸 자신의 천녀였기에…. 그것은 천녀가 아닌 그녀를 보았을 때도 여전했다. 지엄한 태륜의 제왕 연휘유련. 유련은 자신의 천녀가 아니다. 제윤은 국혼을 위한 자리에서 다시 마주한 천녀를 보면서도 계속해서 그 사실을 부인하고 있었다….

▶잠깐 맛보기

“나를 믿지 못하는군.”

“고마운 마음으로 받겠습니다만, 어의에게 전달하겠습니다. 물 한 모금도 사전 검시 없이는 넘기지 못하는 몸입니다.”

제윤의 눈에 파르르 불꽃이 튀었다.

“그럼, 이건 어떠한가? 이 약에 대한 시음을 내가 먼저 하고 그대에게 드린다면?”

손에 쥐고 있던 약병의 뚜껑을 연 순간, 제윤이 그것을 들이마셨다. 무섭게 눈빛이 번쩍인 그가 유련의 가는 허리를 낚아챘다. 놀라 올려다보는 유련의 눈동자를 잠시 맞춤하다 그대로 그녀의 도톰한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밀어붙였다. 모든 것이 한순간이었다.

“으읍!”

제윤은 유련이 반격할 틈을 두지 않았다. 교묘히 혀를 놀려 거부하는 그녀의 깊숙한 목 안쪽으로 물고 있던 약물을 넘겼다. 씁쓸한 맛을 느낀 서로의 혀가 막힌 공간에서 만나 도톨한 맛봉오리가 스치자 움찔 몸을 떨었다.

한순간 제윤은 질끈 눈을 감았다. 언젠가 접했던 그리움과 익숙함. 당황해 비트는 작은 몸을 더욱 끌어안으며, 그녀의 체향을 취할 듯이 들이마시며, 제윤은 그녀 안으로 깊게 침몰했다.

더욱더 안타깝고 애타게 조여 오는 그리움에 눈을 뜰 수 없었다. 이대로 안고 그날을 되새기고 싶었다.

촤악!

그러다 제윤이 정신이 든 건 볼 위에 느낀 뜨거움 때문이었다. 붉어진 눈빛으로 헉헉대며 그를 쏘아보는 유련의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감히……! 감히 너 따위가!”

“감히? 아아……, 그렇지. 나의 세군은 천자이셨지. 일개 황자의 몸으로 천자를 부인으로 맞은 소인이 이러면 아니 되는 것이었습니다.”

▶목차

서

1장 스치는 인연

2장 미앙궁

3장 마른 가슴에 피는 제국의 꿈

4장 요하의 지하궁

5장 다른 꿈을 꾸다

6장 국혼

7장 파랑

8장 화풍

* 이 전자책은 2007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태양의 제국>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