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빈은 들어오는 딸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다 멈칫했다.
딸의 뒤를 졸졸 따라 들어온 남자의 모습에 얼이 나간 듯 쳐다보았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가문의 위기를 가져올 건달의 표본이었다.
생긴 건 요즘 것들이 그렇듯 이쁘장하니 잘생겼다고 치자,
하지만 겨울이라는 것도 몰라? 얼어 죽기 일보직전이었다.
너덜거리는 청바지를 난도질을 해서 속살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하체에,
코트를 벗어들고 흰 소매를 걷는 순간 보일 듯 말듯 보이는 용의 문신,
어쩌면 등짝에 보글보글 문신이 다 채우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저 셔츠 너머 안에 희미하게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용龍이었다!
흑룡黑龍이 팔을 타고 어깨까지 넘어가 있었다.
아버지의 형편없이 일그러지는 얼굴을 확인한 노을은 속으로 절반의 성공에 쾌재를 불렀
이렇게 한번 확실한 반응을 안겨 주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일 것이다.
노을은 작심하고 다정한 미소까지 지어주며 숨죽였던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아빠! 엄마! 결혼할 내 남자친구예요."

"최혁준입니다. 나이는 서른셋이고 고아입니다. 직업은 없습니다."
눈이 안 보이도록 엉망으로 내려와 흩어진 앞머리칼 사이로 검은 눈이 번득였다.
순간, 30년 전 너 같은 딸 낳아 똑같이 당해보라던 모친의 외침이 생생하게 뇌리에 떠올랐다.
"그럼 뭘 먹고 살려고 하는가?"
"그야… 제가 먹여 살려야죠."
"직업도 없다면서?"
"이 튼튼한 몸이 있잖습니까. 그거면 되죠, 또 뭐가 필요합니까?"
"능구렁이 같은 인간."
미순은 딸의 인생을 파멸시키려온 그를 마치 저승사자 보듯 거부하고 싶었다.
‘이 근본도 없는, 막돼먹은 놈 같으니라고!’

나 이런 남자라고 자랑이라도 하듯 셔츠 아래를 들추고 아랫배를 쓰다듬던 손이
가슴까지 올라가자 숨이 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
완벽한 왕王 자 복근이었다! 그 알찬 복근의 모양이 정우성 저리가라였다.
“혁, 혁준 씨가 딱 제격이에요.”
힘주어 엄지를 불끈 치켜올린 노을은 새롭고 아주 흥분된 장난감을 발견이라도 한 듯
들뜬 마음으로 얘기했다. 생각지도 않은 그의 다른 모습…에 적응하려 애쓰면서도
반대로 온몸은 본능적인 기쁨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남자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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