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얼어붙은 평행선이 구부러지는 마법의 시간.

수려한 외모를 지닌 대기업의 후계자, 민섭은 부친의 뜻에 따라 결혼한 지 2년 만에 아내인 가연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하지 않는 아내의 존재란 그에게 내내 힘겨웠던 터. 가연은 그의 이러한 요청에 좀체 미동이 없는 듯하더니 급기야 속내 모를 조건을 제시한다. 그것은 이혼을 전제로 한 100일간의 진심 어린 사랑이었다. 망설임 끝에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민섭. 그날 이후,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가연의 치명적인 매력에 그는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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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거실에 민섭의 발소리가 울렸다. 가연은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서 자고 오는 건가요?”

“다 알면서 물어보는 거 악취미야.”

그는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는 듯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그래요.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돌아온 거 알고 있어요.”

“잘됐군. 이제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이야.”

차디찬 그의 목소리. 그의 제자리는 가연의 제자리와 달랐다. 이미 그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 버렸다. 아니, 처음부터 열려고도 하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이혼해 줄게요. 하지만 그 전에 부탁을 꼭 들어줬으면 해요.”

“부탁?”

이혼이란 말을 직접 내뱉은 그녀는 목이 따끔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을 이었다.

“딱 100일간만 명목상의 아내, 이름뿐인 아내, 이방인, 타인이 아니라 진짜 사랑하는 부부로 같이 살아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