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신(神)인가?”
“……글쎄.”
“신이라면 제발 제 여식을 살려주십시오. 대신 제 목숨이라도 달게 내 놓겠습니다.”
“다 늙은 네 목숨을 가진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허나 네가 다스리는 녹안의 아름다운 밤을 내게 준다면 그 가여운 아이를 살려주마.”
“녹안의 태수 명호명이 녹안의 밤을 바치나이다.”

그런 명호영을 나무라듯 달을 품은 월영지(月影池)가 파르르 진동했다. 마치 명호영의 약조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시기전에 귀함이라도 알려주십시오.”
“……적귀(赤鬼).”
“!”

내가 귀(鬼)에게 밤을 내어주었다는 말인가!




신부의 긴 머리는 바람에 휘날려 밤을 부르고
얄미운 달빛은 그대의 얼굴에 별을 뿌린다.

녹색 혼례복을 입은 아름다운 신부여
신랑도 없는 혼례식엔 귀(鬼)의 곡소리만 가득하구나.

아름다운 밤이여, 달이여
무엇이 그대를 이토록 매정하게 만들었는가.

신부의 눈물은 붉은 눈동자의 귀(鬼)를 부르고
얄미운 달빛은 저 홀로 구름 뒤로 숨어버린다.

최가연

5월 5일 서울 출생
고집에 제일 세다는 황소자리
지독한 게으름뱅이이자 변덕쟁이
지금보다 더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욕심쟁이
ley5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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