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을 하겠소?”
어둠 속에서 번들거리는 눈을 보는 순간, 다시 무진의 검푸른 눈동자가 떠올라 세아는 얼른 고개를 돌려 버렸다. 놀란 가슴이 덜컥거렸다. 그를 볼 때마다 저 눈 때문에 이렇게 가슴이 덜컥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곳에 머물 수 있는 길이 혼인하는 방법뿐이라면…….
“……하겠습니다.”
그가 다시 흔들리며 다가왔고 세아는 또 그만큼 뒤로 물러났다. 어느새 세아는 다리를 내려와 커다란 나무에 등이 닿았고, 유강은 그 나무에 양손을 짚고 그녀를 꼼짝 못하도록 가두어 버렸다. 세아는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차분한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남색을 즐기는 자이니 어떤 식으로 다가오던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스며든 달빛이 그녀의 얼굴을 안타깝게 스쳤다. 평소보다 과했던 술 탓인지 유강은 가슴이 타버릴 듯 화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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