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 젖는 밤 2권 - 로맨스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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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독자평점	: [참여수 3명]
듣기기능	: TTS 제공
ISBN	: 979-11-300-5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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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무명배우 김영원.

그녀가 간절히 바라던 배역을 오랜 앙숙이 가로챘다.

그것도 재벌 후원자의 힘을 등에 업고.

가만두지 않겠다며 쫓아간 곳에서 영원은 ‘후원자’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분에 차 그를 입술로 들이받아버린다.

그런데 ‘이 남자’ 그 ‘후원자’가 아니란다.

그보다도 훨씬 무서운 남자였다.

-본문 중-

“그러니까 저 그렇게 더럽지는 않으니까,”

영원은 횡설수설 변명했다.

어느새 태건이 새카맣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태건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너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거 알고 있어?”

태건은 영원이 제 입술을 핥는 순간, 비로소 자신이 내내 먹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자신이 먹고 싶었던 건 그따위 싸구려 음식들이 아니었다.

이 여자의 입술.

영원의 입술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태건은 거칠 게 없어졌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영원의 뒷덜미를 낚아채 입술을 집어삼켜버렸다.

2. 작가 소개

젤리펫

쫀득쫀득 젤리를 좋아하는 젤리펫입니다.

3. 차례

4. 미리 보기

“키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영원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느새 태건이 돌아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나, 그 이야기부터 꺼낸다.

영원은 정말이지 억울했다. 자신이 먼저 입을 맞추긴 했지만, 늘 입술이 부르트도록 키스하는 건 이 남자였다.

영원이 뭐라 변명이라도 해보려는데 태건이 조금 더 빨랐다.

“키스 신 촬영이 언제쯤 있지?”

“키스…… 신……요?”

전혀 생각도 못 한 질문에 영원은 눈을 끔뻑였다.

태건은 입에 올리기도 거북한 듯 미간을 확 찌푸리며 다시 말했다.

“조인우랑 찍는 키스 신 있잖아.”

영원은 그제야 그가 ‘조난’의 키스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맥락 없는 이야기임에는 매한가지였다.

‘갑자기 키스 신은 왜?’

영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강원도 촬영 들어가기 전에 있을 테니 이번 주 안에 찍을 것 같은데요. 근데 그건 왜요?”

“이번 주라…….”

세상 심각하게 되뇐 그가 영원에게 물었다.

“감정선 때문에 애먹고 있다고 했지?”

“네? ……그렇긴 한데…….”

“그 대본리딩 내가 도와주지.”

영원은 황망한 얼굴로 반문했다.

“네?”

“우리 집에서.”

“네에??”

영원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태건이 이번엔 아우토반급 질문을 날렸다.

“질문을 바꿀게. 나랑 키스할 때 어땠어?”

키스할 때 어땠냐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좋았지.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었다. 그의 향기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몸 안쪽은 개미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간지러웠다.

그러나 영원은 솔직히 말할 수가 없었다.

행실 똑바로 하라는 남자에게, 배우라면 길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취급하는 남자에게 당신 때문에 몸이 녹아나는 기분이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아무, 아무렇지 않았어요. 키스가 다 거기서 거기죠. 뭐.”

별다를 게 있나요.

영원은 시선을 내리깔고 담담함을 가장했다. 이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었다.

물론, 태건에겐 최악의 답변이었지만.

영원의 정수리를 보는 태건의 눈동자에 점차 냉기가 스며들었다. 한참을 그녀를 응시하던 태건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안 되겠네.”

“……?”

“그런 목석같은 마음가짐으로 ‘조난’을 제대로나 찍겠어?”

뭐? 목……석? 목석같은 마음……가짐?

지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영원은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뒤늦게 그 의미를 이해한 그녀는 벌겋게 낯빛을 붉혔다.

“그럼 대표님은 한 번이라도 연기해본 적 있어요? 다른 사람이 되어 이입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냐고요.”

영원이 살면서 유일하게 칭찬받아본 것이 연기였다.

그런 연기실력에 의문이 생겨 그렇지 않아도 미치겠는데, 태건까지 이리 말해버리니 화도 나고 창피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영원이 씩씩거리고 있자 태건이 툭 말했다.

“그러니 내가 해주겠다고.”

“…….”

“그 대본리딩 내가 해주면 되잖아. 조인우 대신.”

“…….”

사람이 너무 황당하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 했던가. 영원은 기가 막혀 허, 참, 만 여러 번 반복했다.

“……대표님 혹시 과거에 연기하신 적 있어요?”

아닐 걸 알면서도, 얼굴이 특A급이니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아니.”

역시나 예상했던 답이 돌아왔다.

“근데 어떻게 도와주시려고요.”

“이렇게.”

태건이 불쑥, 영원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영원이 놀라 고개를 뒤로 빼려는 순간,

“대리님은 눈이 참 예뻐요. 보고 있으면 풍덩, 빠져드는 기분이 들거든요.”

영원의 눈동자가 팽창했다.

‘이건, 인우 선배 대사잖아. 지금, 이 남자가 대사 친 거야?’

영원은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태건은 그런 영원을 빤히 주시했다.

대답을 재촉하듯.

겨우 대사를 떠올린 영원이 힘겹게 입을 뗐다.

“노, 농담하지 말아요.”

“진짜예요. 눈이 너무 예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그의 대답은 지체 없이 바로 돌아왔다. 영원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마구 뒤엉켰다.

그 와중에도 태건의 농도 짙은 시선은 곧게 박혀왔다.

“자꾸 갖고 싶어져서요.”

태건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이건 분명 대본과 달랐다.

정확히는 대사는 같았지만, 태건이 연기하는 구철원과 ‘조난’ 속 구철원 역은 백억 광년만큼 떨어져 있었다.

‘조난’ 속 철원은 조금 덜떨어져 보이지만 순박하고 어리숙한 인물로 그려진다.

물론, 뒤에 반전이 있지만, 앞쪽에선 땀을 뻘뻘 흘리며 주인공인 재영에게 눈도 못 마주치는 조금은 답답한 남자였다.

그러나 태건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오만하고, 뻔뻔하고, 또 무서울 정도로 집요한 투였다.

저 갖고 싶어져서요, 라는 말이 정말로 네 눈알을 뽑아 주머니에 넣고 다니겠다는 말로 들릴 지경이었다.

결국, 땀을 뻘뻘 흘리는 건, 구철원이 아닌 영원이 되고 말았다.

이다음 대사가, 그러니까. 영원이 허둥거리고 있자 태건이 그녀를 다시 한번 재촉했다.

“대사를 해야 할 거 아냐.”

영원은 혼미해지는 정신을 단단히 붙잡으며 대사를 쳤다.

“저랑, 저랑 한번 자볼래요…… 철원 씨, 섹스, 해봤어요?”

목소리가 염소처럼 떨려 나왔다. 순전히 ‘조난’ 속 대사일 뿐인데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조난’에서 재영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고백하는 철원이 귀여워 불쑥, 말한다.

놀리고 싶은 마음 반 진담 반을 담아.

심장이 너무 벌렁거리다 보니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여하튼 내용은 그러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부끄러운 거지. 너무 창피한 나머지 소라게처럼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영원의 투명한 피부가 노을빛 아래 붉게 물들었다. 숨이 부족하다 보니 가슴도 가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여기서 구철원의 대답은 허둥지둥대다 제가 감히 어떻게 그러냐며 손사래를 치는 것이었다.

그럼 신이 끝난다.

영원은 어서 끝내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야만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상쾌해야 할 공기가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태건은 한참이 지나도 답이 없었다.

그는 무언가에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홀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지만, 영원은 알 수 있었다.

영원이 괜찮은 거냐, 물으려는데 태건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 우리 집으로…… 갈까.”

깜짝 놀란 영원은 태건의 얼굴을 퍽, 소리가 나도록 때려버리고 말았다.

태건과 영원, 둘 사이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태건의 수려한 얼굴에 척 달라붙어 있는 자신의 손이 왜 저렇게 낯설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차라리 남의 손이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일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원은 현실을 깨우치고 말았다.

또 이 남자를 때렸다.

“……정말이지 손버릇이 안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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