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홍아. 오빠라니까?”
“……그건 사장님하고 친해지고 난 다음에 생각 해 볼게요.”
“에이, 5살 차이인데도?”
“친해지고 나서 생각 해 볼게요.”
천상천하 유아독존. 속에는 능구렁이를 숨기고 있는, 정신연령은 초등학생 수준인, 카페 <희나리> 사장 윤승서.
조선시대 양갓집 규수처럼 조용하고 웃는 게 예쁜, 그러나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카페 <희나리> 아르바이트 연진홍.
“홍아.”
“……왜요?”
“그냥.”
고개를 숙여 이마에 입맞춤을 하던 승서가 천천히 귓가로 내려와 귓불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렸다.
“예뻐서 불러봤어.”
카페에서 달달한 냄새가 풍기려 하고 있다!


[미리보기]

“정말 그 애칭 평생 쓰실 생각이세요?”
“잘 듣다가 갑자기 무슨 말? 억울하면 홍이 너도 내 애칭을 불러.”
“뭐라고 부를까요?”
“예를 들면…….”
왠지 승서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 지 예상이 되는 진홍은 작게 웃고 있었다.
“오빠?”
그럴 줄 알았다. 진홍은 고개를 가로로 저었고 그게 무슨 애칭이냐며 승서에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자 다시 고민을 하던 승서 가 가던 발걸음을 멈추며 한 쪽 손은 주먹을 쥐고 나머지 한 쪽 손은 쫙 핀 채, 탁 치며 입을 열었다.
“그럼 홍이는 내 이름 불러도 돼.”
“에이, 그럴 순 없죠. 사장님이 저보다 그래도 윗사람인데.”
“괜찮아. 내가 허락한 거잖아?”
“승서 씨?”
“아, 그거 말고. 빨리.”
전생에 애칭 못 불러 죽은 귀신이 붙었나. 그렇게 생각을 하던 진홍은 한 번 정도니 뭐 어떠냐 싶어 피식 웃으며 승서가 원하는 대로 불러주었다.
“승서야.”
그러자 잠시 승서의 표정이 굳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홍이 승서의 한 쪽 어깨를 아프지 않게 툭 치고선 승서에게 말을 걸었다.
“거 봐요. 제가 안 한다고 했잖아요.”
그러나 승서에게서 반응이 없었다. 그의 표정을 바라보던 진홍이 손을 쭉 뻗어 흔들자 이번에는 승서가 반응을 해왔다. 피식 웃어버리기에 덩달아 웃어버린 진홍이 승서의 앞에 섰다. 마주보게 되자 고개를 든 승서가 그녀를 응시하다 입을 열었다.
“좋네.”
“좋기는 무슨. 좋은 사람이 그렇게 굳어 있어요?”
“응. 나 원래 좋으면 굳어.”
“거짓말. 얼른 들어가요. 좋은 구경 놓치기 전에.”
“근데 우리 홍이, 은근슬쩍 말 놓는데?”
“아예 놔 드려요?”
고민을 하던 승서가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건 홍이가 너무 예뻐 보일 것 같아 패스.”
“……반어법이죠, 그거?”
“아닌데. 진짠데.”
“안 믿어요.”
진홍의 대답을 들은 승서는 먼저 앞서 가는 진홍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쓰게 웃었다.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는 여자가 너인 것 같아. 뭘 해도 예뻐 보여.
진홍에게 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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