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정말 이럴 거예요?”

“저기요, 대체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요?”

5년 전 인테리어 업자와 사업주로 만난 소해와 승주.

한 달의 공사 기간 동안 썸 아닌 썸을 탔다만 그저 그 뿐,

흐지부지 종식된 관계였는데

갑자기 나타나서는 자꾸 우리 사이, 우리 사이 한다.

대체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인데?

“우리, 정식으로 만나 보죠.”

“뭐, 뭐라고요?”

“우리 그때 서로 나쁘지 않았잖아요. 그 감정, 다시 이어 봅시다. 어때요?”

“난, 모르겠어요.”

“그럼 소해 씨가 알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게요.”

갑자기 나타나 그녀의 곁을 맴도는 승주로 인해 당황스러운 소해.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엉뚱하고 성급한 그의 마음이 그녀를 설레게 만든다.

천천히 오랬지 기어오랬냐고!

많이 느리고, 둔한 공소해를 기다리느라 승주는 속이 타다 못해 썩어 문드러져 가는데……

언제쯤 소해에게 사랑 고백을 들을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소해 씨를 향해 내민 손이에요. 잡아 주겠습니까?”

“나는…….”

“참을성이 꽤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런 일은 참을성하고는 별개인가 봐요. 자꾸 조바심이 나서 더는 못 기다리겠어요. 내 손을 잡고 잡지 않고는 소해 씨가 결정해요.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해요. 지금 외면하면 더 이상 기회는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강수를 둔 승주는 소해의 결정을 기다렸다. 소해가 이 손을 외면한다면 조금 더 기다리지 못한 저를 많이 원망할 것이 분명했다. 조금 더 기다리지 못한 바보 같은 제가 미워 한동안 자학 모드에 빠질 테지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었다.

생각이 많은 얼굴로 제 손을 빤히 바라보는 소해를 보며 승주의 심장이 둥둥, 묵직한 울림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어서 이 손을 잡으라고 말하고 싶은 입술을 꽉 깨물고 소해만 바라보았다.

지루한 시간이 천천히 흘러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손이 민망할 즈음, 승주는 천장을 향해 펴고 있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오므려 주먹을 꽉 쥐었다.

소해였으면 싶었는데 소해는 아니었나 보다. 쿨하게 웃으며 일어나고 싶은데 멋대로 굳어 버린 얼굴은 웃음 비슷한 것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조금 더 머물렀다가는 소해에게 왜 저는 아닌지를 추궁하는 못난 짓을 하게 될까 봐 승주는 이만 안녕을 고하기로 했다.

“그동안…….”

“잠깐만요!”

그동안 고마웠다는 그렇고 그런 식상한 인사를 건네려는 승주의 말을 소해가 잘랐다. 소해가 먼저 그동안 고마웠다는 식의 빤한 인사를 하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승주는 순순히 입을 다물어 주었다.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이어질 말을 기다리던 승주의 눈이 소해의 목소리에 커다래졌다.

“나한테 잘해 줄 거예요?”

“네?”

“못 알아들었어요? 나한테 잘해 줄 거냐고요.”

“그야 물론 당연히…….”

“그럼 우리 만나요.”

“소해 씨, 지금 그 말…….”

“연애, 하자고요.”

“하!”

당돌한 소해의 말에 굳었던 승주의 얼굴이 말끔하게 펴졌다. 방금 전의 씁쓸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환한 얼굴이 된 승주가 소해를 향해 다시 손바닥을 펼쳤다.

“잡아 줄 겁니까?”

“네.”

대답과 함께 승주의 손 위로 제 것을 겹치는 소해의 붉어진 얼굴이 어둑한 조명 아래에서도 확연히 보였다. 승주는 제 것 위에 놓인 소해의 손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

“잡았다, 공소해!”

[프로필]

이희정

8월 23일생.

감정기복이 심한 전형적인 B형.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은 사람.

출간작

[모전여전] [복남이 이야기] [녹우綠雨] [쎄시봉!] [사랑 뒤의 사랑] [극기에 대한 맹세]

[Till Love] [춘화연애담] [라디오 스캔들] [사돈 對 사돈] [비애妃愛] [교동연가]

[The Moment]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애루화] [선남, 선녀] [수작] [햇빛우물]

[아삼삼한 연애] [DITTO 동감] [님아恁我] [사랑한다는 말] [그 사람]

[목차]

1 ~ 12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