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 내가 영국 여자들의 어떤 점을 가장 좋아하는지 아나?」
손을 뻗은 샘 리드 소령은 비숍(bishop, 머리가 추기경 모자처럼 생긴 말. 체스판에서 같은 색깔의 대각선을 따라서만 이동한다)을 집어들고 세 칸을 이동시켰다. 예배당에 딸린 성모 예배소 내부가 싸늘해서, 그는 움직일 때마다 욱신거리는 상처의 아픔에 진저리를 치며 코트 깃을 세워 어깨 위로 바짝 끌어올렸다.
「어휴, 포대장님, 몇 년이 지나도 실력은 여전하시군요.」
퍼시 윌킨즈 중위는 나이트(knight, 말머리 모양의 체스 말. 고정된 진로가 없이, 가능한 이동 경로는 여러 가지임)를 움직여 샘의 비숍을 단번에 잡아치웠다.
「장군이나 받으시죠. 어디, 영국 여자의 뭐가 그리 좋은지 말씀해보십시오. 그 얘기 못 들은 지도 벌써 몇 년 지난 것 같은데. 그리고 제발, 꼼지락거리지 말고 가만히 좀 있으라니까요. 또 한번 그 상처가 벌어지는 날엔 불쌍하게 봐주지도 않을 겁니다.」
말만 그렇게 할 뿐, 부관의 본심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샘은 알고 있었다. 퍼시 중위는 자신이 앉아 있던 간이침대에서 내려와 코트를 들추어 상처 부위가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흡족해하며, 소령의 침대에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저는 말입니다, 포대장님, 영국 여자를 구경한 지가 하도 오래 되어놔서 누구 하나가 달려들어 내 엉덩이를 깨물어도 알아채지 못할 지경입니다.」
「그럼 오죽이나 좋겠나.」
샘은 체스판 위의 퍼시 중위 쪽에 놓여 있는 자신의 비숍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실 그것은 체스판이라기보다는 군용 테이블보에 칸을 그린 후 적색과 흑색을 칠해놓은 것에 불과했다.
「난 이곳 여자들한테서 나는 향기가 마음에 들어. 달콤한 과자 향이나 설탕에 절인 제비꽃잎 향 같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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