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클랜, 아직 살아 있어?"

살았는지 죽었는지 자신도 확실히 알 수 없었으나 그 순간 그런 건 문제가 아니었다. 상처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분노였다. 생명의 피로 잔디밭을 적시며 땅바닥에 누워 있던 라클랜 맥그리거는 휘몰아치는 바람에 자신의 자존심이 무서운 기세로 휩쓸려 날아감을 느꼈다. 사실, 맥그리거족의 영주가 평범한 약탈자들과 한패거리로 전락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바보처럼 상처를 입다니…….

"라클랜?"

동족의 형제가 끈질기게 물었다.

"난 죽지 않아. 그러니까 내 몸뚱아리를 고향으로 운반할 생각은 하지 않아도 좋을 걸세, 레널드. 죽더라도 이곳에서 썩도록 내버려두고 떠나라구."

옆에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레널드? 새서낵(잉글랜드사람을 경멸조로 부르는 말)의 힘없는 총알로는 이런 거대한 몸집을 쓰러뜨릴 수 없다니까."

길레오난 맥그리거였다.

라클랜의 대답에, 그의 상태를 유심히 살피던 레널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나도 알아."

레널드는 자랑과 안도감이 섞인 묘한 말투로 대답했다.

"라클랜을 말에 태울 일이 걱정이야.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여기에서 썩어버릴 수밖에 없으니까. 우리 둘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들어올릴 수 없을 거야."

"아,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 난 그가 어렸을 때 그 커다란 발 근처에서 불꽃이 튀던 일을 기억하고 있어. 맥그리거처럼 거구의 사내가 그토록 재빨리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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