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나한테 너, 여자야.”

교사로서 첫 발령지인 가평 현리로 오게 된 안효원.

번듯한 사회인으로서의 새출발을 준비하였지만, 여기서 까칠한 엄친아인 김재수, 아니 김정석을 만날 줄이야!

자신보다 늘 어른인 척하던 그에게 이제는 인정받고 싶은 효원과 기억 속의 울보 꼬마 소녀가 여자임을 자각하는 정석의 현리 라이프 시작!

“나는 오빠가 너무 잘해주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왜 이상한데?”

“잘 모르겠어요. 함정 같기도 하고.”

“그래서 싫어?”

“이상한데 좋아요. 그래서 큰일이에요.”

“왜?”

“내가 오빠를 감시하고 경계도 해야 하는데…….”

“…….”

“그런데 못 하겠어요. 자꾸 좋아져서.”

2. 작가 소개

최수현

필명은 연하늘빛.

다시 생각나고, 또 읽고 싶어지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 출간작

기다려줄래

그 여름, 나는(2016 리디북스 로맨스 대상 수상)

당신의 자리

취향의 문제

겨울, 또다시

비 내리는 밤

기억하나요

3. 차례

#chapter 13

#chapter 14

#chapter 15

#chapter 16

#epilogue

#side story 똑똑뎐

#postscript

4. 미리 보기

“너 여기서 다시 만났을 때.”

“네.”

“나는 너 한눈에 알아봤어.”

“아, 정말요?”

자신은 그를 몰라봤다. 낯선 동네를 더 낯설게 하는 잘생긴 군인아저씨 정도로만 보았다.

그 대답에 정석이 서운할 것도 없이 겨울눈처럼 희게 웃었다.

근사하다. 어쩌면 이렇게 근사한 사람이 다 있지. 눈을 다시 닦아서 봐야 할까 봐.

“불당동 살 때 꼬맹이 안효원을 볼 때마다 늘 궁금했어.”

“뭐가요?”

“저렇게 고집도 세고 제멋대로에 동네가 떠나가라 울기만 하는데, 왜 동네 사람들이 하나같이 널 그렇게 좋아할까. 쫑알쫑알 시끄러운데 왜 사람들이 네게 모여들까.”

드라마처럼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울까, 그런 감탄으로 시작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는 거짓말을 못 하는 사람이라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진짜로 만들었다.

“나는 다 커서 그 이유를 알았어.”

“흥, 누가 속을 줄 알고.”

지나가는 차조차 없어 적막한 밤에 그녀가 행복한 숨을 들이켰다.

“그냥 너 여기 서 있는 거 보고 알겠더라.”

“…….”

“그리고 난 그 옛날에도 네가 귀찮거나 미워해본 적 없었다는 것도.”

돌이켜 보면 그가 성인이 되어 처음 느낀 아쉬움이 이곳 정류장에서 그녀를 바로 잡지 못한 것이었다. 처음 느낀 질투는 그녀가 제원과 함께 있을 때였고 처음 느낀 재미는 골려주듯 앞집에 집을 얻어줄 때 그랬다.

그리고 처음이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져 지금까지 그를 기쁘게 하는 것은, 언제든 ‘오빠.’ 하고 달려오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행복이라면, 처음 여기서 다시 만날 때, 딱 그 즈음부터.

아마도 영원토록.

“여기가 우리 시작인 거 같아서. 현리로 들어가는 입구이기도 하고.”

“흐윽, 우리 집 있는 현리요?”

“그래.”

“하나로마트도 있고 농협도 있고 도서관도 있고 타워팰리스에 송아지도 있는 현리요?”

“4학년 선생님도 있고.”

네 말이 맞다 웃으니 효원의 입도 커다래졌다. 여자의 본능으로 지금 이순간이 다시없을 순간인 것을 알아 누구보다 예쁘게 보이고 싶다. 그런데 사람이 극도로 행복하면 본능도 잊었다. 흐트러진 머리나 부어오른 눈도 새하얗게 잊혔다.

눈이고 입이고 오직 웃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네가 이렇게 커서 선생님이 되어 여기로 와줬고, 또 그날 여기 서 있어줘서 고마워.”

“아…… 오빠.”

“나 같은 놈이 다 알아채도록 예쁘고 멋진 여자로 와줘서 고마워.”

몸을 살짝 굽혀 그녀의 손을 끌어왔다. 눈이 깜빡대며 내리깔리는 그녀의 손등을 지나 반지가 사라락 들어가는 모습은 서른 넘은 그에게도 가슴이 떨렸다. 벅차올랐다.

“딱 맞아요. 신기하다.”

“네 거니까.”

내 평생에, 두고두고 잊지 못할 모든 순간을 선물해준 너에게.

“효원아, 오빠 이제 나이 많다.”

“아, 뭐야아.”

“이제 우리 연애 그만하고, 결혼할래?”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기를, 그게 네가 준 행복이라도.

“이번엔 지켜볼 필요도 없이…… 잘해줄게. 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