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느낌이 있었다. 가만히 귀 기울이고 싶은 욕심을 부추기는 그의 느낌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변호사 선배를 불러 놓고 승승장구를 노리던 대치 상대 신우는 묘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느라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나, 난 이렇게…….”
뭐라고 불러야 할까? 전에는 오빠라고 했었는데……그렇다고 지금 오빠라고 하는 건 우습잖아? 당신? 그렇지만 그건 너무 무례하잖아.
“난 이렇게 그쪽을 보고 싶지 않아요.”
결국 훨씬 무례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5년이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거잖아. 그렇게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서로 못 볼 사이도 아니잖아.”
순간 라윤의 심장에 공허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못 볼 사이도 아니잖아……? 그는 어떤지 몰라도 라윤의 입장에서는 결단코 두 사람은 못 볼 사이였다. 결국……그는 자신만큼 그 이별이 가슴 아프지 않았다는 것이다. 쓰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4월은……잔인한 달이 맞네요.’
라윤은 손을 들어 올려 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천천히 돌아서는 라윤의 뺨 위로 4월의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다행스럽게도 돌아섰을 때 그녀는 웃고 있었다. 적어도 잠들기 전 자괴감으로 몸부림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여전히 멋진 목소리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만약 외모까지 그때 그대로 매력적이고 샤프하다면 그건 정말 충격이고 욕 나올 일이었다.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패스하면서 폭삭 늙어버렸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그가 서 있는 위치를 바라보았다.
‘젠장…….’
5년 전보다 몇 배는 더 멋진 모습의 남자가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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