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정신적 의존증. 알코올, 도박, 흡연, 게임등 나쁜 것에 빠져든다는 부정적인 의미.

지나치게 털털한 모습 덕분에 남자로 오인받기 일쑤인 여자 나지용. 심지어 이름마저도 남자. 클럽로렌스의 명물 웨이터 지드래곤이라는 명찰과 함께 노랗게 탈색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거침없이 제 앞길을 개척해 나가는 그녀 앞에 거대한 굴곡을 선사하는 남자가 등장했다.
겉모습만은 끝내주게 멀쩡한 사채업자 권상엽. 하지만 이 남자 지나치게 개념이 없다. 아니 생각이 없다. 아니……감정을 모르는 모양이다. 언제나 가라앉은 듯 나른하고 태연한 분위기로 이어지던 그의 인생에 묘하게 거슬리는 여자가 등장했다.


“이걸 굳이 도로 입겠다는 의도가 뭐야.”
“몰라서 물어요? 내 옷이잖아요!”
“그렇게 입고 나가서 또 창피를 주시겠다?”
“잠깐만요. 내 옷을 내가 입는데 그게 뭐가 문젭니까? 그게 왜 또 그런 이야기가 되는 건데요?”
기가 막힌 얼굴로 항변했지만 상엽은 들은 척도 않고 직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가위 있습니까?”
대체 이 상황에 가위는 또 왜 찾는데.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지.
같은 생각인지 직원들의 표정에도 잠시 혼돈이 어렸다.
“여긴 고객이 말하는데 대답도 안 하는 곳입니까?”
“아, 잠시 만요. 여, 여기 있습니다.”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보던 한 직원이 잽싸게 가위를 꺼내왔다. 태연히 고맙다는 말까지 전한 상엽은 지용을 툭 밀쳐낸 후, 곧장 점퍼에 가위를 들이댔다. 그리고 잘려나간 옷자락을 본 순간 지용은 정신이 멍해졌다. 믿을 수가 없었다. 저 정도면 정말 미친 거 아닌가?
할 일을 마친 그는 태연히 손에 든 물건들을 옆의 직원에게 넘겼다.
“처리하세요.”
“네, 네.”
직원이 멍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게 보는 사람 모두의 멘탈이 붕괴되는 현장에서 잠시 후, 아까부터 코트를 꺼내들고 있던 윤 팀장이 딸꾹질을 했다. 그러자 흘깃 시선을 보낸 그가 다시 지용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이제 필요할 거야.”

개념이라곤 안드로메다에 편도로 실어 보내고도 남았을 인간, 권상엽.
“……사장님을 사람으로 만들어야겠어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지갑을 꺼낸 지용은 상엽을 힐끗 노려보다 보란 듯이 수표를 꺼내들고 몸을 돌렸다.
“경찰서 드나드는 건 서로 쪽팔린 짓이고, 이걸로 치료비나 해.”
“장난하냐? 며칠을 일 못하게 생겼는데 이거 가지고 돼?”
그것의 정체가 뭔지 알아챈 국인의 시선이 불안하게 상엽의 얼굴을 살피다 돌아왔다. 그러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비웃음을 올린 그녀가 국인의 얼굴에다 수표를 집어 던졌다.
“와 나, 뭘 얼마나 더 바라는데? 백만 원이 작냐? 갑부 나셨네. 4주라고 했어? 솔까 너 지금 이빨이랑 갈빗대 멀쩡하잖아! 그딴 사기 치고 다니면 양심에 안 찔려? 나 정말 그렇게까지 힘세진 않거든? 말로 할 때 닥치고 처받아라, 엉?”
그러고는 다시 돌아선다.
“자, 됐지? 합의 끝. 이 돈은 댁이 준 거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되는 거고. 또 뭐 남았어?”
“…….”
“없으면 간다.”
잠시 마주쳤던 서늘한 눈매와 끝이 슬쩍 올라간 입매에서는 착잡함과 허탈한 감정이 동시에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더니 손가락으로 튕겨 냈다. 빙그르 돌던 명함이 상엽의 구두 앞에 안착했다.
“손님으로 오면 잘 해줄게.”
금세 당돌하고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들어 보이던 그녀는 얼굴 가득 비웃음을 올리더니 문을 쾅 닫고 나가 버렸다.

그 무엇에도 기죽지 않는 당돌한 여자, 나지용.
“길들여 볼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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