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남자, 차서진. 그는 사랑에 둔해서 자신이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살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는데 19년이란 세월이 걸릴 정도로 둔탱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부터 그에게 있어 그녀 라세진은 모든 것이었다.

여자, 라세진.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만 쳐다보면 19년 동안 셀 수 없는 남자들을 갈아 치웠다. 그에게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그러나 둔한 서진은 도무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남자는 둔하긴 했지만 바보스러울 정도로 진실한 사람이었다.

남자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태어난 남자 차서진의 아이처럼 맑고 깨끗한 그렇지만 둔하고 조금은 어리석은 사랑에 빠져 보시길…….


[본문 중에서]


“어쨌든 전 그런 연극에는 동조할 생각이 없습니다.”
“연극은 싫다? 그럼 진짜 애인 하던가요.”
“예?”
“진짜 애인하면 되잖아요. 남자들 제 하기는 싫어도 다른 사람이 제 것인 줄 알았던 물건에 손대면 급 흥분한다고 하던데. 아니에요? 그럼 연호 씨도 내가 그냥 남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당분간만 내 진짜 애인해 달라고요.”
이 여자 정말 제 정신이 아닌 여자 같다. 뭐? 다른 남자를 갖기 위해서 나하고 잠깐 애인이 되자고? 미친…….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해서까지 그 남자를 가져야 한다는 건가? 왜? 그럼 이번 남자는 진짜 갖고 싶다는 말인가? 날 가짜 애인까지 만들어가면서?
“왠지 이번 분과는 뭔가 결말을 보고 싶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음. 맞아요. 그 남자는 남 주기 좀 아까운 사람이거든요. 백그라운드도 괜찮고 남자 자체도 괜찮으니까요. 나도 이제 사랑타령만 하고 있기엔 나이도 있고. 알죠? 내 나이가 29살이라는 것?”
참 간단하다. 그러니까 지독한 사랑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그 남자가 탐나고 나이도 들었으니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 할 것 같다. 뭐 그런 말이었다. 그래, 맞는 말이다. 이 여자가 벌써 29살이나 먹었다는 것을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솜털이 보송보송하고 빨간 볼이 유난히 예뻤던 10살짜리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내가 도와주면 가능성은 있어요?”
“아마도. 연호 씨가 원래 전투력이 대단한 사람이라서 아마도 미칠 듯이 달려들걸요. 내기할 수 있어요. 어때요?”
“도와주면 내겐 뭘 주실래요?”
내가 한 말 맞나? 왜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미 튀어나간 말이었다. 여자의 얼굴이 잠시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 같더니 이내 표정을 정리하고는 내게 그 잘난 얼굴을 바싹 붙이고는 물어 왔다.
“뭘 가지고 싶은데요? 나 빼곤 다 가능해요.”
젠장. 너무 가까이 다가와서 내 얼굴에 여자의 숨결까지 느껴 질 정도였는데 그래서일까? 그녀 자신만 빼고 다 가능하다는 여자가 정말 얄밉게 느껴졌다.
“TS를 달라고 해도 줍니까?”
이게 내가 한 말이 맞나 하고 내 스스로도 놀라워하고 있는데 곁에 있던 여자가 한바탕 신나게 웃기 시작했다. 내 말에 한참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웃더니 겨우 내게 물었다. 설마 진심이냐는 얼굴을 하고.
“평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죠? 진짜 우리 회사를 가지고 싶었나요?”
“아뇨. 농담입니다.”
“물론 그래야겠죠. 우리 TS는 나를 가지지 않고는 절대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나와 1+1이란 말이죠. 다시 말해 날 가질 수 없으면 TS도 가질 수 없단 말이죠. 그러니 다른 것을 말해 봐요. 방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날 가질 수는 없으니까.”
자신은 빼라고 했으니 엉뚱한 말 하지 말고 다른 것을 말해 보란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여자 빼고 가지고 싶은 것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 미국으로 돌아 갈 수 있게 놓아 주십시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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