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글을 여러 번 읽고 있을 때쯤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 읽었지?

“읽었어.”

- 해 줄 거지?

“안 해 줘.”

하늘은 다시 울기라도 하려는 듯 조용해졌다. 아무리 울고불고 해도 소용없다. 할 수 없는 건 없는 거다.

- 파란, 나 자신 있어. 그 사람 두 달 후에는 분명 내 남자가 될 거란 말이야. 한 여자한테 정착 못 하는 그 체질, 바뀔 수 있단 말이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라고. 그러니깐 한 달만 딱 한 달만 그 사람을 붙잡고 있어 줘. 그럼 내가 돌아와서 마지막 한 달을 채우고 그 사람 내 사람으로 만들 거야.

“그냥 헤어져. 지금 무슨 코믹 영화 찍냐? 계약 연애? 거기에 쌍둥이 언니한테 동생이라고 속여서 만나 달라고?”

- 내가 항상 꿈꾸던 사람이야. 그런 사람을 내가 또 만날 기회가 있겠어? 내가 스탠포드 출신의 국제 변호사를 만날 기회가 또 오겠냐고.

언제나 하늘이 배우자로서 이상형으로 말하던 프로필을 가진 남자라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사람을 속이는 건 사기다.

* * *

“많이 취한 거 같은데 그만 마셔요. 집까지 데려다 줄게요. 가요.”

“풉! 왜? 왜 당신이 데려다 주는데? 사람도, 사랑도, 여자도 안 믿는 당신 같은 얼음 왕자가 기껏 3개월 밖에 안 만날 여자의 언니를 왜 집까지 데려다 주는데요? 아! 맞다. 당신 매너 왕이지?”

파란의 얼굴은 곧 울 것만 같았다. 얼핏 보면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테드를 노려보는 것 같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눈동자에는 분노가 아닌 슬픔이 담겨져 있는 게 보였다.

“파란아, 너 왜 그래? 취했어? 얘가 술은 약해도 주사는 없는데…….”

“나 안 취했어. 지혜야, 이 사람은 나 같은 사람은 감당도 안 되는 사람이야. 여자를 3개월 이상 만나지도 않는 사람이래. 돈 많고 똑똑하고 잘생겨서 여자를 무슨 칫솔처럼 갈아 치우는 사람이라고. 야, 이 가방은 벌써 4년째 쓰고 있거든? 그러니깐 이 사람한테 여자는 싸구려 가방보다도 가치 없는 그런 존재야. 그런 사람을 우리 하늘이가 좋아한단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니?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하늘이가 좋아한다잖아.”

1974년생
J일보사 근무
현재는 파주에서 열심히 살고 있음.
독자들에게 많은 메일을 받아보는 게 얼마 전부터 소원이 됐음.

출간작
<그가 내 남자래>
<옥탑방여우 아랫집총각>

이북
<난 마이너리그다>
<태권소녀 하늘을 날다>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
이메일 tmdwns76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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