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 제렉은 성당에 홀로 남아 오크 목의 마룻바닥을 정성껏 문질러 닦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마노(瑪瑙, 윤이 나고 빛이나 무늬가 고운 광물)처럼 광택이 날 때까지 계속하리라 마음먹으면서. 텅 빈 신도석 너머에서 무지개 색을 뿌리는 색유리를 통해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방금 그녀가 왁스칠한 마루 위에서 희미하게 너울거렸고, 공기 중에는 아침 미사에 올렸던 분향의 향기와 제단 옆에 피워놓은 서원 촛불의 흔들리는 연기에서 풍기는 매캐함이 뒤섞여 있었다.
잠시 쉬고자 허리를 핀 카산드라는 눈가에 흘러내린 검은 곱슬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고, 달아오른 뺨을 식히기 위해 긴 숨을 내쉬었다.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푸른색의 두툼한 모직 드레스 사이로 피부를 간지럽혔다. 몹쓸 털옷이야. 속옷을 몇 겹 입던 간에 그 거친 올은 늘 보드라운 살갗을 긁어대었다.
마저 닦아야 할 마룻바닥을 바라보면서 카산드라는 거의 비명을 지를 지경이었다. 그곳에서부터 출입문까지 남아 있는 중앙복도의 길이만 해도 최소한 6미터는 넘어 보였다. 복도에는 사방 한 자짜리 나무판자가 네 개의 열로 죽 깔려 있었지만, 그걸 모두 닦아야 할 사람은 그녀 혼자였다. 이미 팔은 떨어져 나갈 것 같았고 등도 뻐근한 것이, 이제 겨우 열 여덟 살인 그녀가 백 살이나 먹은 듯이 느껴졌다.
성당의 마룻바닥을 닦는 것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엄청난 일이었다. 그녀는 이 일을 계속해오면서도 스스로 이 일을 맡겠다고 약속한 데 대해 일종의 경이를 느끼곤 했지만, 사실상의 이유는 단순한 데 있었다. 다른 신도들처럼 헌금을 낼 돈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시간을 바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후에 수녀원과 고아원 일에 바쁜 수녀님들을 돕고, 한 달에 두 번씩은 툴리 신부님의 제의를 세탁하고 성당의 이곳저곳을 청소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그녀가 청소를 해야 하는 날…….
좀 쉰 덕분에 활기를 되찾은 카산드라는 다시 부지런히 걸레질을 시작했다. 그녀 생각에, 육신이 받는 고통은 성격 형성에 도움을 주며 그러한 성격은 진정으로 수녀가 되고 싶어하는 그녀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일하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도록 관심을 돌리고자 그녀는 거의 매일 하나님께 짧은 간구의 기도를 드리기로 했다. 물론 하늘에 계시는 분께서도 그녀가 수녀원에 들어가려면, 그분께서 도와주셔야만 된다는 것을 아시고 계시리라.
‘하나님, 제발 제가 좀더 현실적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제가 드라이든 양장점 진열장에 있는 에나멜 가죽 슬리퍼를 갖고 싶다는 둥 허황된 욕심을 낼 때마다, 그 대신에 가난한 이들이 풍성한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할 수 있게 저를 도와주시옵소서.’
마루 한쪽 편을 끝내고 카산드라는 다른 쪽을 닦기 시작했다.
‘또한, 오늘 일을 마치고 나서 수녀원에 들렀을 때에 그분들이 삭발한 것을 보고 갈등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고자 하는 저는 기쁜 마음으로 머리를 깎고, 결코 이를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서원(誓願)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카산드라는 의기소침해졌다. 풍성한 검은머리는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성직을 갖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희생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지만, 머리를 깎아야 한다는 데 대해서만은 커다란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 아버지, 또한 무한한 자비를 내리셔서 화내지 않게 하시며, 어머니의 영혼에 축복을 내리시되 제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불같은 아일랜드 기질이, 훌륭한 수녀가 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도우소서.’
순간, 카산드라는 성당의 현관으로 통하는 바깥문이 여닫히는 소리를 듣고 하던 생각을 멈췄다. 그녀는 누구든 간에 신발도 털지 않고 들어 온다면 머리를 쥐어박아야겠다고 별렀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성당의 현관과 내부를 구분하는 이중문 쪽을 노려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귀를 쫑긋 세우자, 부스럭대는 종이소리와 함께 뭔가 약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금함일까? 누군가가 함을 여는 소리처럼 들렸던 것이다. 아마도 어떤 선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기부금을 남기려나보다. 아니면 틀림없이 도둑일 거야.
이러한 생각에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도둑이면 혼자 오지는 않았을 거야. 만약에 도적떼가 함부로 쳐들어와 성모 마리아 성당에서 마구 약탈하고 파괴하면 어쩌지?
그녀는 용기를 주십사 기도하고 재빨리 성호를 그었다. 만일 무뢰한들이 성당에 쳐들어온다면, 그것은 툴리 신부님이 항상 감실(龕室, 제대 위에 성체를 모셔두는 방)에 모시고 있는 성체를 그녀가 지켜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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